[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언택트(untact,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라이브커머스'가 새로운 쇼핑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홈쇼핑과 같이 실시간 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쌍방향 소통도 가능한 판매채널이라는 점에서 TV홈쇼핑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온 라이브 커머스 '온 라이브' 이미지. [사진=롯데온] 2020.07.20 nrd8120@newspim.com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면서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수요도 자연스레 늘었다. TV홈쇼핑 쇼호스트같이 인플루언서나 상품기획자(MD) 등이 직접 출연해 상품을 자세히 설명하고 직접 옷을 입어보거나 시연해 소비자 궁금증을 해소하는 장점도 한 몫했다.
이에 TV홈쇼핑 업체들은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확대하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TV홈쇼핑들은 각종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는데 라이브커머스는 규제에서 비껴나 있다어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유통 대기업부터 IT기업까지"...앞다퉈 라이브커머스 진출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는 유통 대기업인 롯데·현대·AK부터 이커머스 업체인 티몬·11번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까지 이미 진출해 있다.
롯데는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롯데온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출시하고 이날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롯데온에 입점한 판매자 상품부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롭스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의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닌 네이버와 손 잡고 라이브커머스인 '백화점윈도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쇼핑에서 백화점 매장 상품을 실시간 영상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식이다.
여기에 글로벌 IT기업인 페이스북까지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중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온라인 상점 개설서비스인 '샵스'를 출시했다. 모바일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 기능도 추가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라이브 동영상서비스에서 제품에 링크를 붙이는 기능도 지원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커머스 공룡'인 쿠팡도 최근 동남아시아 동영상서비스업체(OTT)인 '훅'(Hooq)을 인수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0% 녹화방송으로 진행하는 T커머스들도 라이브커머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T커머스는 데이터 방송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도입됐다. 방송 형태는 녹화방송이라는 것 외에는 TV홈쇼핑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구매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TV홈쇼핑은 전화를 통해 상품 구매가 가능하지만, T커머스는 화면을 보면서 리모컨 조작을 통해 상품 검색부터 주문, 결제까지 한다.
현재 10개 사업자가 있다. K쇼핑·SK스토아·신세계쇼핑·W쇼핑·쇼핑엔티 등 5개 채널은 단독으로 운영한다. 나머지 GS마이샵·NS샵플러스·현대홈쇼핑플러스샵·롯데원TV·CJ마이샵 등 5개 채널은 TV홈쇼핑업체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라이브커머스 활성화에 적극...TV홈쇼핑들 불만 표출
정부도 '라이브 커머스'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상공인 지원 플랫폼으로 라이브커머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최근 중기부가 주도한 동행세일 기간에도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활용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 등 7개 부처 장관들이 직접 쇼호스트로 출연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중기부는 이달 10∼12일 중국 유명 '왕훙'(인플루언서)를 초빙해 서울·창원·중국 청두 3곳에서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한 결과 누적 175만명의 시청자가 접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이브커머스의 집객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홍대에서 열린 자상한 기업 1주년 기념행사를 마치고 라이브커머스에 참여하고 있다. 2020.07.16 yooksa@newspim.com |
이러한 라이브커머스 시장 확대 움직임에 TV홈쇼핑 업체들은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TV홈쇼핑들은 각종 규제를 받고 있지만, 홈쇼핑과 다름 없는 라이브커머스나 T커머스들은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규제 역차별' 아니냐는 불만이다.
실제 TV홈쇼핑들은 공공재인 방송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방송법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라이브커머스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허위·과장광고를 걸러내는 '표시광고법'만 적용받다 보니 규제에서 한결 자유롭다는 지적이다. 판매 제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전까지는 출연진들이 제품을 소개하는데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TV홈쇼핑들은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유통업체나 IT기업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앱에서 라이브커머스를 하기 때문에 송출수수료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송출수수료는 유료 방송사업자와 매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각사마다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다. 최근 몇년간 송출수수료 인상률은 20%에 달한다. 올해도 유료 방송사업자들은 20% 인상률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T커머스를 포함한 17개 홈쇼핑사들이 지불한 지난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7500억원에 이른다. 전체 홈쇼핑 사업자들의 지난해 매출 합계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9.6%로 절반 가까이 됐다. 송출수수료는 이른바 '자릿세' 개념으로 적자를 내도 부담해야 할 고정비용이다.
또한 TV홈쇼핑들은 연간 500억원대에 이르는 방송 발전기금도 납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제품의 편성 비중이 할당돼 있어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한다.
방송 형태상 홈쇼핑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T커머스는 방송발전기금을 분담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법 상으로는 영업이익의 10%를 납부해야 하지만, T커머스들은 아직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금을 못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들은 방송 심의나 편성까지 각종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나 T커머스는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홈쇼핑 채널로 인식되는데, 규제에서 자유로워 사업하는데 제약을 덜받는다. TV홈쇼핑만 강하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서 맞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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