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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경심, 아들 상장 직인 잘라 딸 표창장 완성…픽셀값 동일"

기사등록 : 2020-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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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경심 재판서 PC 포렌식 보고서 공개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 씨의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디지털 포렌식 증거를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23일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2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과 소속 이모 수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지난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당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정 교수의 PC 2대를 분석한 담당자다. 정 교수 측은 이 PC를 여러 사람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IP주소 등을 근거로 사실상 정 교수가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이 PC를 사용해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작성한 디지털포렌식 분석 보고서를 제시하면서, 정 교수가 아들의 표창장의 총장 직인 부분을 잘라 딸 조 씨의 최우수봉사상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 증거로 딸 표창장의 PDF 파일에서 총장 직인 부분이 '블록' 처리되고, 이는 아들 표창장의 직인 부분 픽셀 크기가 1072x371로 서로 동일한 것을 들었다. 이 씨는 "수작업으로 추출해서 확인한 것인데, (크기가) 정확하게 동일했다"고 증언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과 관련한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09.06 kilroy023@newspim.com

검찰이 제시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날짜는 2013년 6월 16일이다. 이날 정 교수는 오후 2시 23분경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직인.jpg' 파일을 다운 받고 2분 뒤인 2시 25분에 '인턴십확인서(호텔3)' 문서를 열람했다. 그리고 30분 뒤 딸 조 씨의 KIST 확인서를 열람하고, 3시 53분경에는 서울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자기소개서 파일을 수정했다.

이어 오후 4시 9분경에는 같은 날 오후 2시 5분쯤 딸 조 씨와 같은 반 학부모였던 단국대학교 장영표 교수의 부인과 나눈 휴대전화 카카오톡 대화를 캡쳐했다. 정 교수가 인턴십 확인서에 서명을 부탁하고, 장 교수 부인이 이를 승낙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대화 캡쳐는 PC와 연동돼 그대로 저장됐다.

11분 후인 4시 20분에는 '총장님 직인 png' 파일을 '내 그림' 폴더에 저장, 20분 뒤인 4시 40분경 '문서2'라는 제목의 MS워드 파일에 이를 붙여넣기 했다. 최종 파일명은 '조민 표창장'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 교수가 자신의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정황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디지털포렌식 결과 해당 PC에서 정 교수의 경력증명서 파일 2개를 복원했는데 스캔한 것으로 보이는 원본 문서에는 1985년 3월 2일부터 1988년 8월 30일까지 재직 기간이 3년 5개월로 적혀있다. 하지만 연달아 작성된 경력증명서 문건에서는 재직 기간이 1985년 1월에서 1993년 2월 28일까지로 늘어난 8년 2개월로 돼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기간을 변경한 뒤 회사 직인을 그대로 옮겨 붙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조민의 표창장 제작 방식과 매우 흡사하지 않느냐'고 이 씨에게 물었고, 이 씨는 "유사한 패턴"이라고 답했다.

또 이날 법정에서 처음으로 딸 조 씨 표창장의 총장 직인이 정사각형이 아닌 직사각형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금까지 딸의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주된 증거는 직인 대장에 기재돼 있지 않고, 일련번호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직인 자체가 총장의 원래 직인 크기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7.23 mironj19@newspim.com

재판부는 "가만히 보면 아들 표창장과 비교했을 때 정사각형이 아니라 약간 직사각형"이라며 "하단 부분을 늘린 게 맞느냐"고 검찰 측에 설명을 요구했고, 검찰은 "맞다. 크기를 조절하다 이렇게 된 것이고 왼쪽(아들 표창장) 것을 갖다 붙이고 늘렸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앞으로도 직인 대장과 일련번호가 맞느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는 의미가 축소될 수가 있다"며 "직인이 실제 동양대 총장의 직인과 모양이 다르다면 직인대장에 나타날 수가 없는 게 아니냐"고 묻자, 검찰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신문 이후 크게 반발했다. 변호인은 "보고서가 전부 틀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실이 어떤 의미가 아닌데 그렇다고 결론을 내린 부분이 있다"며 "가설을 세워놓고 이에 맞는 포렌식을 해서 그 부분만 추출한 것도 굉장히 많다. 우리 가설에 맞는 자료도 굉장히 많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온갖 것을 헤집고 다니면서 증거를 수집했다"며 "오늘 증인신문으로 위법수집증거라는 게 너무 명백하게 밝혀진 게 아닌가 싶고, 며칠 전까지도 계속 그 PC를 보면서 증거로 수집하고 있는데 이건 형사소송법 정신에 배치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변호인 측은 검찰의 추가 포렌식 분석 보고서가 3일 전에 제출돼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 씨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은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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