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백기'를 들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중앙지검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사건 주요 피의자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의 공모관계를 강력히 의심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선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이라고 사실상 결론 내린데 이어 법원의 압수수색 취소와 한국방송공사(KBS) 보도를 둘러싼 '제2 검언유착'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어서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가 제기한 준항고 일부를 받아들여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김 판사는 "검찰이 영장 관련 압수수색 처분 처음부터 끝까지 준항고인과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영장 제시를 요구했는데도 수사기관이 이를 제시하지 않고 물건을 압수한 경우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준항고는 판사·검사·사법경찰관의 처분에 대해 법원에 제기하는 불복 절차다.
앞서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 4월 28일 이 전 기자 주거지와 채널A 본사 등의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당시 채널A 사무실의 경우 기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검찰은 이후 5월 1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채널A 관계자로부터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건네받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 전 기자는 같은달 22일 압수물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참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압수 사실을 알고 이에 반발해 준항고를 신청했다. 당시 이 전 기자 측은 검찰이 영장에 제시된 압수수색 장소를 자의적으로 넓게 해석했고 영장의 유효기간도 지난 상태에서 집행돼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압수수색 영장 유효기간은 7일이다.
해당 압수수색 영장에 '피압수자나 관계자 진술 등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장소'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으나 하얏트호텔은 휴대전화가 보관돼 있던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취지였다.
반면 검찰은 압수수색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검찰 측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채널A 본사나 기자 주거지 등 영장에 특정된 장소 이외에 물건이 있을 때 이를 압수할 수 있도록 집어넣은 것"이라며 "압수 당시 채널A 직원이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검찰은 해당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건을 이 전 기자 측에 돌려주고 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역시 수사에서 증거로 쓰지 못하게 됐다.
이 전 기자 측은 법원의 준항고 일부 인용 결정을 토대로 검찰에 압수수색물 반환과 압수물 포렌식 자료 삭제를 요청할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종합편성채널 (주)채널에이(채널A). 2020.04.22 dlsgur9757@newspim.com |
검찰은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한 검사장 불기소 권고로 두 사람이 '공모관계'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 상황이다.
검찰수사심의위는 지난 24일 이 전 기자의 수사 계속과 기소를 권고했으나 한 검사장의 경우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 대한 협박성 제보 요청이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이라고 판단내린 것이다.
이에 수사팀은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한 차레 피의자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한 KBS 보도 역시 수사팀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KBS는 검찰이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공모한 증거로 두 사람의 2월 13일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으나 이 전 기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 녹취록 전문과 녹취파일 원본을 공개하자 해당 보도에 대해 오보였다며 사과했다.
일부 언론 등에서는 이 KBS 보도의 출처가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 관계자가 녹취록에 있지 않은 내용을 마치 있는 것처럼 KBS 기자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의혹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제2의 검언유착'이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 수사를 대검찰청 보고·지휘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위기를 타개할 묘수를 꺼낼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