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진숙 기자 = 미국과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대 부실충당금을 준비해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 보고를 앞둔 영국과 스위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대형 은행들이 최소 230억유로(약 32조2000억원)의 충당금 적립 현황을 공개할 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젤=로이터 뉴스핌] 박진숙 기자=스위스 바젤에 있는 UBS 은행. 2020.07.27 justice@newspim.com |
이번 충당금은 잠재적인 채무 불이행(디폴트) 대응 차원에서 지난 1분기에 쌓았던 250억유로(약 35조원)보다는 적은 규모다.
미국 5대 은행이 올해 1~6월 충당한 610억달러(약 73조원)를 추가하면, 서방 최대 은행들의 총 충당금은 1170억달러(약 140조원)에 이를 수 있다. 씨티은행은 이 규모가 리먼 브라더스 붕괴 여파가 있었던 2009년 상반기 이후 최대 규모의 순증가액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FT는 이제 급속한 'V자형' 회복을 예상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으며, 가을에 정부 지원 계획이 단계적으로 축소된다면 더 많은 고통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례로 컨설팅회사 올리버 와이먼은 코로나19 2차 감염 파동이 발생할 경우, 향후 3년간 유럽 은행의 대출 손실 규모가 최대 8000억유로(약 1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존 피스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몇몇 은행들이 2분기가 최악의 분기라고 이미 경고했다"면서, "이미 많은 은행은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았지만, 1분기 말까지만해도 GDP 성장률과 고용 감소 전망이 지금처럼 비관적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UBS는 지난주 유럽 주요 금융기관 중 최초로 자사의 투자은행 부문이 43%의 수익을 올렸지만, 2억7200만달러(약 3253억원)의 부실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이로써 누적 충당금은 전년 동기의 16배인 5억4000만달러(약 6458억원)에 달했다
한편,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올해 평균 31% 하락했는데, 이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Stoxx) 600' 지수가 10%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훨씬 크다. 유럽 은행주가는 순자산가치의 40% 수준에 거래되고 있고, 바클레이스와 도이치뱅크 그리고 우니크레디트 등 3개 대형은행의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나스닥의 줌(Zoom)보다 작은 실정이다.
이 가운데 FT는 주피터자산운용의 리처드 벅스턴 영국 알파전략팀장은 "경제 충격의 역풍을 고려할 때 은행에 투자하는 것은 석유 회사에 투자하는 것만큼 멍청하다는 것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얻고 있다"면서도, "경기 침체는 분명히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위기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크던지 간에 은행들이 추가로 자기 자본을 조달할 필요가 있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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