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한국의 한 민간식물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모습으로 보도된 조형물을 설치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공식 반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28일 해외 지도자에 대한 '국제예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해당 사안이 한일 간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어느 나라든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국제예양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사비로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은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2020.07.28 [사진=한국자생식물원] |
그는 '해당 조형물이 민간 차원에서 자기 사비를 들여서 만든 것인데 거기에 대해서도 국제예양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조형물과 관련한) 보도에 여러 가지가 있어서 우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로 말씀드리지 않고 일반적으로 '외국의 지도급 인사에 대해서는 국제 예양이 있다' 이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국제예양'이란 국가 간에 예의나 호의, 편의에 따라 지키는 일반적인 관례를 뜻한다. 이를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도덕적·정치적 비난이나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변인은 "(국제예양은) 국제법적 용어"라며 "international comity"라고 부연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오전 '아베사죄상'에 대한 질문에 "우선 사실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 만일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 측에 대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확인한 한일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계속 강하게 요구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전날 저녁 '아베사죄상' 관련 보도에서 "인터넷상에선 일본으로부터 비판이 나오는 한편 한국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소동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형물을 설치한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 원장은 교도통신에 "(논란이 된 사죄상은) 아베 총리를 특정해 만든 것이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며 "소녀의 아버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사비를 들여 만든 식물원의 조형물로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한국자생식물원은 지난 25일 강원도 오대산 기슭에 조성한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는 이름의 조형물을 설치, 오는 8월 10일 제막식을 열고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조형물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제막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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