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규명할 몫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 넘어왔다. 인권위가 박원순 성추행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해서다.
다만 인권위가 성추행 의혹을 파헤쳐 진실을 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압수수색과 같이 인권위가 강한 수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이번 직권조사에 얼마나 협조하냐에 따라 진상 규명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인권위는 30일 오전 상임위원회에서 박원순 성희롱 의혹을 직권조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 인권위, 별도 직권조사팀 꾸리기로…성희롱 행위·묵인 여부 등 조사
국가위원회법에 따라 성희롱은 업무와 고용, 그밖의 관계에서 직위를 이용해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인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것을 말한다. 국가위원회법상 성희롱에는 성추행과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인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실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과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 등에 대한 제26차 상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2020.07.30 dlsgur9757@newspim.com |
현재 박원순 전 시장은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업무상에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를 당한 상태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이 4년 동안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를 통해서 피해자 측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예정이다. 특히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묵인 ▲성희롱 사안에 대한 제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다.
인권위는 "별도로 직권조사팀을 꾸려서 직권조사를 하겠다"며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 강제성 없는 조사 한계 우려…당사자 거부해도 과태료 최대 1000만원 그쳐
인권위 직권조사는 피해자 및 사건 당사자 조사, 증거 수집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번 사건 당사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했으므로 서울시 관계자를 대상으로 의혹에 관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직권조사에 나서는 인권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보면 인권위는 당사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거나 진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또 필요하면 현장 조사도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인권위 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때 인권위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과태료를 최대 1000만원 부과하는 정도에 그친다. 쉽게 말해서 경찰이나 검찰과 같이 필요하면 긴급 체포나 압수수색, 구속 등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노동자회 등 8개 여성단체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보랏빛 행진'을 국가인권위원회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2020.07.28 alwaysame@newspim.com |
서울시가 인권이 조사에 어느 정도까지 협조할지도 관심이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인권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황인식 대변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인권위 조사가 이뤄질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는 하루빨리 적극적 조사와 진실 규명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방조·묵인, 피소사실 유출 등과 관련한 경찰·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인권위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조사한다면 적극적으로 응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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