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통상 신흥국 금융자산 가격의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미국 달러화 약세가 이번 경우에는 큰 호재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통신은 이날 런던·뉴욕발 기사에서 보통 달러화 약세는 신흥국 채권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 늘리고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률을 촉진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신흥국의 경제 활동이 큰 폭으로 위축되는 등 종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렇게 전했다.
◆ 달러화 약세...신흥국 통화 대비 낙폭은 미미
지난달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4.2%가량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 약속과 미국 내 코로나19 발병 상황 악화 재료가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내렸다.
미국 달러화 [사진= 로이터 뉴스핌] |
구체적으로 달러 가치는 지난 7월 유로화와 파운드화 대비 각각 5%, 6% 하락했고, 호주달러 대비 3.6% 떨어졌다. 하지만 신흥국 통화 대비 낙폭은 1.4%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는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터키와 같은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신흥시장이 과거처럼 달러 약세를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징후들이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는 지난 3월 저점에서 40% 급반등한 상태다. 하지만 이 지수의 편입 종목들에는 가파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중국과 동아시아 국적 기업이 많아 신흥국 주가가 전반적으로 급등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 신흥국 채권, 선진국보다 부진 "위험 대비 보상, 매력없어"
로이터가 추산한 신흥국 국채 가격의 지난 3월 저점 대비 상승률은 독일과 미국 국채의 오름폭에 비해 낮았다. 또 지난 4월부터 신흥국 외화표시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미국과 유럽의 투기등급 회사채로 들어간 금액보다 적었다.
이 같은 시장 참가자들의 신흥시장에 대한 평가는 2년 전과는 대조적이다. 2018년 1분기 달러 가치의 낙폭은 올해 하락폭의 약 3%에도 못미치는 2.5%였는데, 당시 신흥시장 펀드에 1180억달러가 유입된 바 있다.
투자은행 씨티의 루이스 코스타 신흥시장 전략가는 앞서 신흥시장 등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제 투자자들이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돌변하면, 신흥시장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 투자했을 때 따르는 위험에 대해 더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예로 미국 하이일드(투기등급) 회사채 금리(가격과 반대)는 신흥국 달러표시 국채 금리보다 100bp(1bp=0.01%) 높다. 그만큼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 가격이 더 저렴해 투자 매력이 많다는 뜻이다.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 따라 신흥국 및 관련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은 크게 악화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21년 3월까지 투기등급 신흥국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이 13.7%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아르헨티나와 레바논, 에콰도르 정부는 디폴트를 낸 바 있다.
한편, 소시에테제네랄의 제이슨 다우 전략가는 8월은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많지 않은 달이라며, 위험한 시기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터키 리라화 폭락, 2015년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1998년 러시아 디폴트 등 각종 과거 대형 이벤트들이 모두 8월에 일어났다고 다우 전략가는 설명했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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