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코로나19(COVID-19)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의 바이오기업 이노비오(Inovio)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이 탐탁치 않으며, 초기 임상 시험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주장하지만 최종 백신 출시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일러스트 [사진=로이터 뉴스핌] |
NYT의 보도에 따르면 이노비오는 긍정적인 초기 임상 시험 결과와 정부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다는 소식에 한 때 주가는 최대 963% 뛰기도 했지만 내부자들은 자사 주식을 팔아치웠다. 신문은 특히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바로 이노비오가 단 한 번도 백신을 시장에 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1N1)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터진 이후 수 년간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심지어 최초의 '암 백신'까지 개발 중이라고 홍보해온 이노비오는 회사 가치가 오르고 투자자들과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시장에 나온 결과물은 없다는 것이다.
일부 과학자들과 금융 애널리스트들은 이노비오의 기술력의 실행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 이노비오는 자사의 코로나19 백신 1차 임상시험 결과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빈약했다는 것이다.
회사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빠른 생산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워프 스피드 작전'의 일환이라고 밝혔지만 NYT가 확인한 결과, 이노비오는 행정부의 백신 개발 자금 지원을 받는 명단에 없었다.
이노비오는 지난 6월 미 국방부로부터 7100만달러를 지원받기는 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아니라 전기 펄스를 이용해 유전자 물질을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배터리 구동 기기인 '셀렉트라'(Cellectra) 제조를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노비오는 업계 경쟁사로부터 기술 절도 혐의로 법적 공방 중에 있으며, 주주들도 주가를 띄우기 위해 회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진전을 부풀렸다며 소송을 건 상태다.
투자회사 스티펠(Stifel)의 스테펀 윌리 애널리스트는 "재정 지원과 완전한 1차 임상 결과의 부재, 현재 진행형인 법적 소송 등이 회사에 대한 시각을 회의적이게 한다"고 꼬집었다.
NYT는 이노비오가 10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백신 개발 진전에 대한 추가 정보를 공개할 수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백신 개발은 힘들다. 효과적인 제조 공식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 정부의 안전성 인증 절차와 방대한 과학적 검토 뿐만 아니라 경쟁사들에 뒤처지지 않을 빠른 시간표 등 걸리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노비오는 재미 한국인 조셉 김 대표가 미국에 세운 바이오 기업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INO-4800'의 임상 1상을 진행중이며, 최근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승인받기도 했다.
앞서 이노비오는 국내 기업인 진원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VGXI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비오는 VGXI가 코로나19 백신을 대규모로 제조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하며 미국 펜실베니아주 법원에 소송을 내 지적재산권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VGXI는 소송과 관련, 6월5일 진원생명과학 홈페이지에 "최근까지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이노비오는 알 수 없는 이유로 VGXI와 협력하는 대신 지적 재산을 취하려는 소송을 제기했다"라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게재했다.
VGXI 측은 "이노비오 계획대로 코로나19 대규모 백신 임상을 하는 데 충분한 백신을 제조하고 있다"라며 "이노비오는 공급계약에 따른 의무를 위반했으며 VGXI는 지난달 7일 이노비오에 계약 종료를 통지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법정에서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