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정부가 발주한 공공 분야 전용회선 사업에서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T 법인과 전직 임원들의 재판이 시작됐지만 기록 열람·등사 지연 등 문제로 공전됐다. 검찰은 이달 말 다른 공범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는 10일 오전 10시 40분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주식회사 KT와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출신인 송모(56) 전 KT 임원, 신모(63) 전 부사장 등 3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이스트(EAST) 사옥. 2020.07.02 dlsgur9757@newspim.com |
KT 법인은 "아직 변호인 선임을 마치지 못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씨 등도 "기록 복사가 아직 미진해 차일 기회를 주시면 (의견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 판사는 "피고인 측의 기록 복사 지연은 검찰의 공범 수사가 남아서인가"라며 "증거 목록에 대한 제출은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검찰은 "공범에 대한 기소는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 늦어도 8월 말 (수사가) 마무리될 듯하다"며 "증거 신청은 그 이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민형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은행장 A 씨 등 사건 관련자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10일에는 KT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KT 자회사 임원 한모(57)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에 따르면 KT는 지난 2015년 4월~2017년 6월 조달청 등이 발주한 12건의 공공 분야 전용회선 사업 입찰에서 담합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전용회선 사업의 총 계약금 규모는 16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회선은 가입자가 전용 계약을 통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회선이다. 초기 구축과 유지보수 비용이 높은 반면 통신요금은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KT 등 통신사들은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사업자 교체 시 기존 구축 설비가 사장될 것을 우려해 담합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KT는 사전에 통신사들끼리 낙찰사를 정하고 나머지 업체가 소위 '들러리'가 되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담합에 나섰다. 낙찰된 업체는 다른 업체들에게 회선 이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월 KT가 담합을 주도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세종텔레콤 등도 입찰 담합에 참여했다.
공정위는 KT에 57억3800만원, LG유플러스에 38억8800만원, SK브로드밴드에 32억6500만원, 세종텔레콤에 4억17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KT 등의 다음 재판은 9월 2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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