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로봇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아 전성기를 연출하고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부터 물류 센터의 각종 팩키지를 분류하는 작업까지 역할도 다양하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직장을 잃은 미국의 실직자가 수 천만에 이르는 가운데 상당수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봇 웨이터 [사진=로이터 뉴스핌] |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업계와 페덱스를 중심으로 한 택배 업계까지 로봇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와 이동 제한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장이 가파르게 외형을 확대한 가운데 물류 센터에서 로봇의 역할이 크게 부각됐다는 얘기다.
물류 센터에서 바이러스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인력 사용이 제한된 상황도 로봇의 비중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페덱스의 테네시 물류 센터에서 한 시간에 1300여개의 팩키지를 분류하는 것은 260파운드에 달하는 산업용 로봇 팔이다.
상황은 UPS와 아마존도 마찬가지. 지난 수 년간 시설 자동화에 수 십 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업체들은 로봇 도입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피트니 바우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자상거래 업계가 배송한 팩키지는 870억개에 달했고, 수치는 2025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업계의 로봇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미 피클 로봇 컴퍼니와 XYZ 로보틱스 등 관련 업체들이 밀려드는 주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로봇 인기는 물류 센터에 제한되지 않는다. 팬데믹 사태에 학교가 폐쇄된 데 따라 아이들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거나 학습을 돕는 로봇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적게는 50달러 내외에서 많게는 수 천 달러에 달하는 로봇이 시장에 속속 선보이고 있고, 강아지 형상을 한 제품부터 사람을 닮은 로봇까지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팬데믹 사태로 인해 복권 당첨 번호 발표에도 로봇이 동원됐고, 뉴욕타임스(NYT)는 각종 건물 및 시설 청소와 관리에 로봇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IT 전문 매체 ZD넷은 배송과 공공 시설의 안내, 음식점 및 소매업계의 고객 대응 및 결제에도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로봇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브레인 코프에 따르면 미국 소매업계의 로봇 사용이 지난 1분기 13.8%에서 2분기 24%로 급상승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지는 수 천만에 달하는 미국인이 팬데믹 충격에 일자리를 잃은 가운데 상당수의 인력이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영구 대체되는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로봇의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와 보스톤 대학은 2025년까지 미국 제조업계에서만 200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로봇에 일자리를 뻇길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팬데믹 사태를 호재로 로봇 업체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 로봇 팔을 제작하는 ABB와 반도체 테스트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는 테라다인 등 관련 업체가 이익 증가와 함께 강한 주가 랠리를 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테라다인은 2분기 주당 1.33달러의 이익을 올려 시장 예상치 1.10달러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했고, ABB 역시 같은 기간 순이익이 주당 22센트로 시장 전망치인 10센트를 두 배 이상 아웃퍼폼했다.
씨티그룹이 보고서를 내고 로봇 업체 록웰 오토메이션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높여 잡는 등 관련 업체에 대한 월가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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