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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보고하고 가라"…폭언·욕설에 시달린 병원 경비원들

기사등록 : 2020-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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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병원 조사 처리도 미흡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모 공공의료기관의 경비원들이 상습적인 폭언과 욕설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경비원들에게 괴롭힘을 가한 상급자들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12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 공공의료기관의 경비조장인 A씨는 2018년 10월 19일 오전 조회시간에 전날 회식 때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술 처먹고 나잇값도 못한다"고 조원들에게 폭언했다. 이후 A씨는 조원들에게 약 1달 동안 화장실은 물론 휴식시간에도 보고를 하고 다니도록 지시했다.

2019년 9월 6일에는 병원 내원객과 다른 직원들이 보고 있는데도 조원들에게 "내가 4개월 동안 욕 않고 있으니까 장난하냐"며 폭언하고 욕설을 가했다.

또 다른 경비조장인 B씨도 2019년 5월 12일 응급실 정신질환자 탈원으로 팀원 2명이 시말서를 작성하자 "일을 이렇게 하니까 간호사들이 무시하는 거 아니야"라며 폭언과 욕설을 했다. 

아울러 A씨와 B씨를 비롯해 또 다른 경비조장 C씨 등 3명은 야간근무 때 상시적으로 직원들 근무 상황을 감시했다. CCTV에서 보이지 않으면 근무자를 호출해 어디 갔는지 설명을 요구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폭언을 가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외에도 ▲경력직 신입사원을 퇴사하도록 괴롭힐 것을 지시한 사례 ▲근무 중 부상을 당해 입원한 직원에게 흡연시 정문이 아닌 비상구로 다닐 것을 지시한 사례 ▲근무시간 이외에 따로 불러 상습적으로 욕설한 사례 등이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 등 3명은 폭언·욕설 행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경비직무의 특성과 긴박한 업무 상황에서 화를 낸 것일 뿐 조원들과는 원만하게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A씨 등 3명에 대한 징계를 권고했다. 또 관련 직원들에 대한 정기적인 인권교육 및 향후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 사례 조사에 있어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 등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가해자들의 언행과 업무방식의 침해 정도, 침해행위의 지속성·반복성, 피해자들의 규모를 고려할 때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병원 내부에서도 괴롭힘 피해 신고를 받았는데 '근무불량자의 악의적 민원'으로 보는 등 조사와 처리에 미흡했던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km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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