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서울역 회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1980년 5월 15일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대학생들이 4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이정민 부장판사)는 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던 조모(60) 씨와 이모(65) 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 종교부장이었던 조씨와 연세대 소속 복학생 모임인 56인회의 총무였던 이씨는 1980년 5월 15일 연세대생 1500여명을 이끌고 계엄해제와 유신잔당 퇴진 등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살포하며 시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에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되고 하루 뒤 '일체의 시위 등 단체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 포고 제1호가 발령돼 있었다.
1980년 9월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조씨와 이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조씨는 육군고등군법회의와 대법원에서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서울서부지법.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2020.06.03 kmkim@newspim.com |
이후 이들은 40년 만인 올해 3월 "계엄포고는 위헌·무효로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며 재심을 청구했고 5월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확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이 군병력을 동원해야만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엄포고가 구 계엄법과 헌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 무효인 이상 피고인들에게 공소가 제기된 공소사실을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시위 과정에서 수배되자 타인의 운전면허증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징역 4개월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서울역 회군 시위는 대학생 등 10만여명이 서울역 지상 광장 앞에 모여 계엄 해제와 민주화 추진을 주장하며 일어났다. 시위가 계속될 경우 군이 개입할 명분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자 시위대가 자진 해산하면서 서울역 회군 시위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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