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지난 2015년 '필리핀 한국인 사업가 살인' 사건 관련 현지 킬러를 고용해 피해자 남성을 살해해달라고 청부한 50대 남성이 사건발생 5년 만에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56) 씨에 대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김 씨의 부탁을 받고 현지인 킬러를 고용하는 데 관여한 권모(55) 씨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 씨는 이 사건 피해자 살해에 관여했음에도 반성은커녕 수사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사망 과정에서 일말의 저항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범행수법도 잔혹하다고 보여진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피해자의 죽음은 향후 5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진정으로 위로받거나 일부 변상조차 되지 못해 피고인 행위의 결과와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뉴스핌DB] 2020.08.03.goongeen@newspim.com |
재판부는 특히 "김 씨는 피해자가 운영하던 호텔에 거액을 투자하고도 이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상당 기간 모욕적 언사를 받게 된 것이 이 사건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피해자 사망 이후 호텔 운영권을 얻기 위해 여러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오히려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중간 교사자로 조사된 권 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 살해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관련 진술 등에 따르면 김 씨로부터 5억원 또는 호텔 운영권을 약속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충분히 범행동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제보자이자 법정 증인이었던 A씨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및 법정 진술과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이들 두 사람이 피해자의 살해를 모의하고 현지 킬러에 살해를 교사했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피해자 박모 씨는 지난 2015년 9월 17일 필리핀 앙헬레스시티 한 호텔 사무실에서 현지인의 총격을 맞고 사망했다.
당시 박 씨는 사무실에 한 인물이 찾아와 박 씨가 누구냐고 물어 자신이라고 답하자 이 사람으로부터 목과 옆구리, 엉덩이 등에 수차례 총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당시 필리핀에서 청부살인이 만연해 피의자 특정에 애를 먹었으나 4년여 수사 끝에 살인교사범을 특정, 지난 1월 두 사람을 붙잡았다.
김 씨는 당시 숨진 박 씨가 운영하던 호텔 투자자였으며 권 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수사결과 김 씨는 당시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 씨가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한 점에 앙심을 품어 그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당시 식당을 운영하며 평소 친하게 지내던 권 씨에게 킬러를 구해달라고 살인을 의뢰하고 이를 대가로 호텔식당 운영권이나 5억원을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권 씨는 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필리핀인 B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고 착수금 명목으로 100만 페소(한화 약 2500만원)를 김 씨로부터 건네받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 씨는 이후 박 씨를 살해하면 추가로 약 1억원에 해당하는 사례금을 지급하겠다면서 A씨에게 부탁했다. 그는 이후 A씨로부터 "킬러가 내일 박 씨를 살해할 것이다"라고 전해 들었다.
두 사람은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자신은 박 씨 살해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살인을 청부한 이들 김 씨와 권 씨에게 각각 징역 18년과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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