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생명보험업계 '맞수'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오너가 3세간 '혁신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한화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최근 오너 3세가 회사에 입사,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화와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100조~120조원 내외로, 업계 1위 삼성생명(자산 287조원)에 이어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둘째 아들인 신중현(36)씨는 최근 교보생명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입사했다. 미국 콜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신 씨는 그동안 일본 SBI그룹 산하 인터넷 전문 금융 자회사에서 전략 및 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신 씨는 해외 디지털 금융사 경험을 바탕으로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의 형인 장남 중하(39)씨도 이미 지난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교보생명이 지난 2013년 설립한 국내 최초 온라인 전문 생명보험사다. 지난 4월 1000억원의 유상증자와 함께 디지털 보험 사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경영권을 맡긴다는 것이 신 회장의 평소 지론으로 무조건 배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사옥(왼쪽)과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 [사진=한화생명, 교보생명] 2020.08.20 tack@newspim.com |
한화생명 역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김동원(36) 상무 주도로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김 상무는 미국 예일대 졸업후 지난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 팀장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 전사혁신실로 옮겼다.
2016년 한화생명 전자혁신실 상무, 2017년 디지털혁신실 상무를 거쳐 지난해 8월부터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를 맡아 디지털정책과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회사 생활 대부분을 디지털 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디지털 혁신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김 상무는 지난 6월 한화생명 조직을 이전 13개 사업본부 50개팀에서 15개 사업본부 65개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주도했다. 눈에 띄는 것은 15개 사업본부 중 9개 사업본부가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로 꾸려졌다는 것이다. 65개팀 중 39개팀이 속해있어 본사 내 사업본부의 과반이 넘는 60%가 디지털 및 신사업 영역으로 개편된 것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김 상무 주도의 조직개편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시대로의 환경변화, 제로 금리의 현실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스피디하고 유연한 조직으로의 전환을 통한 시장대응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선 이같은 오너가 3세들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불투명한 미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한다. 현재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운용자산 수익률 하락과, 새롭게 도입 예정인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대규모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은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행사와 관련한 중재 소송이 진행중으로 지배구조 위기에까지 처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경우 차남의 입사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및 향후 경영권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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