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에도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편향적 조사를 진행해 불만을 사고 있다.
검찰의 출석 요청을 받았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정을 뒤집어 '엑시트'(탈출) 하려는 전략 같다"고 지적했다.
26일 학계·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근 경영·회계분야 전문가들에게 의견 청취를 이유로 따로 불러 보완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6월 26일 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두 달째 검찰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보완조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게다가 검찰이 불러들인 전문가들이 대체로 삼성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가 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펼친 교수들이다.
검찰은 교수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기보다는 교수들을 상대로 분식회계가 맞다는 주장을 펼치며 의견을 변경할 의사가 있는지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검찰의 출석 요청을 거부했던 이 교수는 "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을 권고했는데 수사를 2년이나 해놓고 체면이 상할까 걱정하는 것 같다"며 "수사심의위 결정을 따르지 않기 위해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했던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적대적인 자세로 의견 청취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이 부회장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권고 이후 두 달 가까이 장고(長考)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검찰은 당초 이 부회장과 김종중 전 삼성전자 삼성미래전략실 팀장(사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들을 기소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가 이같은 계획에 변수가 됐다. 검찰이 해당 제도를 수사 및 사건처리 신뢰도 제고 목적으로 스스로 도입한 상황에서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가당착(自家撞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사건 처리에 대해 앞선 수사심의위 개최 사건 8개 가운데 단 한 차례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사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오는 27일 검찰 중간간부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다. 부임은 내달 3일이다. 삼성 사건을 담당하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이번 인사 대상이어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달 중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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