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자신의 동생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모친 유언장 효력확인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6일 정 부회장의 남동생 정해승 씨와 여동생 정은미 씨가 정 부회장과 부친 정경진 씨를 상대로 제기한 유언효력확인소송에서 "고(故) 조경남 씨의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효력이 있음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앞서 조 씨는 지난 2018년 3월 15일 해승·은미 씨에게 자신 명의의 서울 종로구 동승동 대지와 예금자산 10억원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을 남기고 지난해 2월 13일 사망했다.
정 부회장과 정 씨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된 유언증서 검인 기일에서 "유언증서상 필체가 망인의 필체와 동일하지 않다"며 "망인이 유언장을 작성할 무렵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정상적인 인지능력이 없던 상태에서 유언장이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해승·은미 씨는 이에 정 부회장과 부친을 상대로 유언장 효력을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감정인의 필적감정 결과 유언증서에 적힌 필체와 평소 망인의 필체가 동일한 사실, 유언증서에 유언 전문과 연월일·망인의 주소·주민등록번호·성명이 망인의 자필로 기재돼 있고 성명 옆에 인영과 무인이 날인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의 유언증서에 의한 유언은 민법 제1066조 제1항에서 정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법정요건을 갖춘 것으로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내용과 날짜, 주소, 이름을 직접 쓰고 날인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재판부는 조 씨가 유언장을 작성할 당시 의사능력이 희박한 상태에 있었다는 정 부회장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유언증서 작성 당시 망인의 의사능력이 희박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당시 망인의 의식상태가 명료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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