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대법원이 해직 교원을 노동조합원에 포함시켰다는 이유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내린 박근혜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통보 7년 만에 전교조 측에 '합법노조'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오후 2시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10명 다수의견으로 해당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 전교조 측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에 대법은 사건을 전교조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판단 이유를 밝혔다.
특히 "해당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사실상 노동조합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에서 사라진 노조 해산명령 제도와 사실상 동일하고 오히려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두지 않아 행정관청의 개입 여지만 남겼다"며 "행정부가 법률 근거 없이 행정입법으로 관련 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2020.09.03 [사진=대법원] |
이가운데 파기환송 의견을 낸 김재형 대법관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핵심 근거가 됐던 '해직교원 조합원 포함'에 대해 "이 사건 진정한 쟁점은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규정한 시행령이 아닌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조항은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근본적 토대를 허물어 버리는 것으로 노조법 존재이유에 배치된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이어 "노동조합과 아무런 관련 없는 제3자의 가입을 허용할 수 없고 한때 근로자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도 "헌법상 노동3권, 특히 단결권 의미와 취지에 비춰볼 때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노동조합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은 전교조가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신청한 효력정지 가처분은 기각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3년 9월 해직 교원 9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시정하고 이들 해직 교사를 조합원에서 제외할 것을 명했다.
전교조는 그러나 이같은 정부 요구에 불응했고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른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만 인용됐을 뿐 본안 1·2심에서는 모두 패소했다. 당시 원심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규정이 있고 전교조가 교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처분은 적법하다"며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는 판결에 불복해 2016년 2월 상고했으나 대법은 소송 접수 3년이 넘도록 심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전교조 로고 [사진=뉴스핌DB] |
전교조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소송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사법부가 이 사건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법은 이후 소송접수 3년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했다. 전합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으로 구성된 합의체로 주로 정치·사회적 파급력이 크거나 소부에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사건, 종전 대법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건 등을 회부해 심리한다.
전합은 올해 5월 20일 공개변론을 열고 전교조와 노동부 측 주장을 사건 심리를 마무리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전교조 측 소송대리인으로 사건에 관여한 적이 있어 심리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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