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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 오늘 퇴임…文대통령은 대법관 11번째 임명

기사등록 : 2020-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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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대법관 8일 퇴임…박근혜 임명 대법관 3명 남아
대법원 '좌편향' 심해진단 우려에…"꼭 그렇지 않을 수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권순일 대법관이 오늘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후임은 '국보법 위반 1호 판사'이자, 권 대법관이 직접 유죄를 선고했던 이흥구 신임 대법관이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 됐다.

권 대법관은 8일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으로 퇴임식은 열리지 않고, 별도의 퇴임사도 없을 예정이다.

◆ '중도' 분류 대법관…사법농단 사건 연루 오명도

그동안 권 대법관은 박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됐지만 보수와 진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8년에는 성범죄 사건을 판결할 때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 기준을 처음으로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단원들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 전 연희당거리패 감독 사건의 주심을 맡아 징역 7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고, '그림 대작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 씨에게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혼부의 출생신고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 받았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권순일 대법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가수 조영남 '그림 대작(代作) 작가 기용' 사건 공개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0.05.28 kilroy023@newspim.com

하지만 국가 대상 범죄나 손해배상청구 사건에는 비교적 엄격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개인의 청구권이 1965년 한일협정으로 소멸됐다는 소수 반대의견을 냈다. 지난 3월에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기지에 무단 침입한 시민단체 회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해군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반대하는 글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에 대해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 고(故) 이승만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의 상고심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객관성·공정성·균형성 유지의무 및 사자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견을 냈다.

2018년에는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거치면서 '사법농단'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어졌다. 검찰이 당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작성한 공소장에는 권 대법관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대법관 임기 6년을 다 채우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르쇠하며 임기만료로 퇴임한다"며 "법원의 역사 속에서 반드시 평가되어야 한다"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관 14명 중 11명이 문재인 임명…진보적 색채 짙어지나

권 대법관이 물러나고 후임인 이흥구 대법관이 자리에 앉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은 14명 중 11명이 됐다. 일각에서는 권 대법관의 퇴임으로 진보적인 판결을 잇따라 내던 김명수 사법부의 진보적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는 현재 사법부에서 잘나가려면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법관 중 6명이 이 세 개 단체의 회원 출신이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를 이어받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초대 회장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법관은 지난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는 특정성향 모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들 중) 민사판례연구회 출신들이 많았다고 해서 보수법관들로 대법원이 채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관의 평소 성향과 개별 사건에 내리는 판결은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역대 보수라고 분류됐던 대법관들도 예상외로 파격적인 판결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최근에는 대법관들이 개별 사건마다 각기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드시 '좌편향'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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