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친인척 명의로 76억원을 대출받아 부동산 투자에 사용한 기업은행 직원에 대해 형사처벌과 대출금 회수 등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4년간 얻은 막대한 부동산 차익은 직원 손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원의 대출 사기 관련 처벌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8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경기 화성 소재 영업점에서 근무하던 A차장은 2016년 3월부터 올해까지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법인 등을 통해 모두 29건, 76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해당 금액은 부동산 투자에 사용됐으며, 가격 급등으로 50억~60억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은행 본점 사옥 [사진=뉴스핌] 2020.09.07 bjgchina@newspim.com |
이에 기업은행은 부당 대출을 시행한 A차장을 사기 등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징계면직' 처리했으며 대출금 전액 회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사기, 은행 명예 훼손, 은행원으로서의 품위 실추 등 내규를 적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A차장을 처벌 하더라도 50억원이 넘는 부동산 차익은 환수하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법적 근거가 부족해 부동산 차익이 '범죄수익'에 포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A차장이 실행한 '개별' 대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LTV, DSR 등 대출규제를 어긴 것도 아니고 서류를 조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내부행동강령 등 이해상충의 문제인데, 이는 법적 문제라기보다 도덕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은행 내부 기준에 따라 고발 대상에 해당되는 건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수익 일부라도 국고로 환수하려면 배임죄가 성립해야 하는데, 딱 떨어지는 내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차장이 부동산 담보 가치를 더 높게 잡아 대출을 뻥튀기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명확한 사기죄 적용 대상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법무법인 위민의 김남근 변호사는 사기죄 적용과 투자수익 환수는 별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형법으로 볼 때, 범죄수익으로 인정되면 파생해서 얻은 이익(투자수익)도 환수하는 제도가 있지만 이 사건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만약 배임죄에 해당하더라도 추징 대상은 투자수익이 아니라 '손해'를 입힌 부분이 된다"며 "다만 50억원 이상 범죄에 대해서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그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바닥 정서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A차장이 '승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은행원은 "설사 공금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투자수익까지 환수하는 경우는 없었고 법적 처벌 수위도 낮았다"며 "법적인 문제는 잘 모르지만, A차장이 징계면직으로 은행을 그만두더라도 오히려 다른 은행원들은 그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원은 "대리서명, 담보 뻥튀기 평가 얘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본인의 이익을 위해 법과 규정을 어긴 범죄사건인데,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은 담당 지점장 등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고 유사사례를 조사해 적발될 경우 원칙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친인척에 대한 대출 취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부 규정과 전산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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