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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政 합의' 불만 의료계, '의사 국시' 빌미로 또 단체행동?

기사등록 : 2020-09-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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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국가고시 8일 시행, 전체 86% 불참…정부 "구제 계획 없어"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극적 합의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의료계 파업 사태가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의사 국가고시가 새 뇌관이 되는 모습이다. 의료계는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의대생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에 정부는 더 이상의 구제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8일 정부 및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의사 파업 사태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의사 국시 실기시험이 이유다. 응시하지 않은 의대생 구제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날부터 실시되는 올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에는 전체 대상자 3172명 중 446명이 응시했다. 응시율 14%로 역대 최저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40개 의대 대표 만장일치로 의사 국가고시 거부 방침을 유지키로 결정했고, 이에 이번 시험에서 2726명, 전체의 86%가 원서 접수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더 이상의 구제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험 접수 기간을 지난 6일 자정까지 연장해줬고, 재접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올해 실기시험 응시가 어렵다는 것을 여러 차례 고지했으며, 시험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일정까지 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국가가 구제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이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추가적인 접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열리는 8일 오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관계자가 들어서고 있다. [사진=정일구 사진기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이날 8일 의사 국시 실기시험이 치러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앞에서 이필수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이 1인 시위에 나서 "단 한 명의 의대생이라도 피해자가 나온다면 의협 13만 회원들이 즉각 총궐기에 나설 수 있다"고 정부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성명에선 "지난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및 정부와의 합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학생과 의사회원에 대한 완벽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성립된 것이라는 점을 여당과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전제가 훼손될 때에는 합의 역시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언급한 의협이다.

합의 당사자인 의협이 이럴진대 합의 자체에 반발했던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이 가만 있을 리 없어 보인다. 일찌감치 의사 국시와 관련해 의대생들의 피해가 있을 경우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경고해 온 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의료 현장 복귀와 준법 투쟁 유지를 선언하면서 한편으론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을 보호하는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사태 초기부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온 터에 이 같은 상황은 어쩌면 예고된 것일 수 있다. 특히, 의료계 입장에선 이번 의대생 구제 문제가 대(對)정부 투쟁에 있어 내부 단결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사평론가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아니겠나"면서 "젊은 의사들이 기존 합의에 불만이 있으면서도 마지못해 따르는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라고 봤다.

의사들의 반발이 다시 거세질 경우,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코로나19 유행 국면에서 의사들의 파업은 뼈아프다. 그렇다고 지난 4일 합의 당시 의료계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들은 터에 또다시 의료계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지난달 2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장한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을 만큼 여론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손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 차례의 시험 연기와 신청기간 추가 연장 등 구제 기회를 충분히 줬다"며 "이를 한 번 더 연장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있어서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의사 입장에선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게 좋을 리 없다"면서 "특히, 젊은 의사들은 더 그럴 거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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