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제재로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한다.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안이 오는 15일부터 발효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이날 이후부터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신규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제재는 15일부터 시작된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까지 미국의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을 제외한 반도체 기업들 상당수가 제재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은 제재 시작일 전날까지만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17일 이후 화웨이를 위한 신규 웨이퍼 투입을 중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반도체 공급 중단으로 반도체 업계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이후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미국 상무부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승인 요청을 보내는 것이 눈치가 보여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가 5대 매출처 중 한 곳이며 SK하이닉스에는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판매처다.
화웨이는 최근 미국 추가 제재를 앞두고 반도체 재고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D램 현물가가 상승한 이유 중 하나가 D램을 비롯한 반도체를 화웨이가 대거 사들이면서 재고량을 늘린 데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화웨이 제재가 반도체 이외 분야에선 경쟁사들에게 반사이익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분야에서 화웨이와 경쟁하고 있다.
화웨이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면 삼성전자에게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격차를 벌릴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통신장비 시장 1위인 화웨이가 주춤한 틈을 타 5G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화웨이에 대한 매출 비중이 커 이번 제재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