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부모가 자식을 체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민법 제915조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9일 국회와 법무부에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는 등 아동 권리와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법 제915조는 부모 등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권위는 이 조항으로 인해 훈육을 목적으로 한 체벌이 아동학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아동학대 행위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제915조 내용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국회의원이 4건을 발의했고 법무부도 1건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개정안에는 제915조를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0.09.09 ace@newspim.com |
인권위는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서는 민법 제915조 삭제는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훈육 및 체벌할 수 있다고 해석 가능한 문구도 넣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권위는 민법에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넣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권위가 민법 개정을 촉구한 배경에는 국내에서 아동학대가 갈수록 증가한다는 데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학대 피해 아동 보호 건수는 2010년 565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8년 사이에 4.3배 증가했다. 이 기간 신체 학대 피해 아동 보호 건수는 348건에서 3436건으로 약 10배 늘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친권자에 의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민법이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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