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국제법 전문가가 중대한 인권침해 발생 등 일제 강점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주권면제 이론 예외를 적용해 자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9일 오후 고(故) 곽예남 할머니·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5차 변론기일을 열고 백범석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왼쪽부터), 길원옥 할머니,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13 pangbin@newspim.com |
백 교수는 이날 "현재 국제관습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주권면제로 인정되는지 불확실·불명확하다"면서도 "적어도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은 피해자에 대한 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최소한 피해자가 자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법상 피해자의 권리가 확립된 국제관습법으로 존재한다면 기존의 불완전한 주권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 적용은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이 사건이 인권을 침해한 국제 범죄에 해당해 주권면제 이론을 배척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주권면제(국가면제)란 한 국가가 자국법을 적용해 다른 국가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외무부는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측은 이날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백 교수는 대리인 측이 주장하는 주권면제 배척 주장이나 주권면제 이론이 명백하게 확립돼있다는 주장 등에 대해 "국제관습법으로 명확하지는 않지만 특히 위안부 피해자의 경우에서는 주권면제 이론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가 '최소한의 권리는 어떻게 판단하냐'고 묻자 그는 "사법·배상·진실에 관한 권리로 볼 수 있고 사법, 특히 재판받을 권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1월 11일 오후 4시 다음 기일을 열고 원고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당사자신문을 진행한 뒤 재판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이 할머니는 첫 변론기일에도 직접 법정에 출석해 "저는 아무 죄가 없다. 저희를 살려달라"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난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하며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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