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이 투입되면서 신용등급도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등급이 내려갈 경우 리스부채 등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하는데, 우선 한숨 돌리게 된 것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평가 결과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등급전망은 하향되더라도 신용등급(BBB-) 자체는 유지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지난 6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현산으로부터의 유상증자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시아나항공 등급전망을 '상향검토'에서 '미확정검토'로 조정했다.
문제는 BBB-가 투자등급 맨 아랫단이어서 한 단계만 하락하면 투기등급이 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대출 일부, 자산유동화증권(ABS), 금융리스 등의 조기지급 사유가 된다. 항공기 임대 등에 따른 금융리스 부담이 가장 크고, ABS 발행잔액도 5017억원에 달한다.
지난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 역시 매각 무산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딜 무산으로 아시아나 신용등급 하락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등급이 하락하면 다른 채권자로부터 일시 상환 요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강력한 지원의지에 힘입어 일단 등급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원을 지원해 왔는데, 매각 무산이 발표되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전명훈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정부에서 제시한 지원 규모가 예상보다 큰 편이어서 당장 유동성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본다"며 "기안기금으로 영구채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부채비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지분으로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6.9%로 금호산업(30.7%)를 넘어 최대주주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1151억원 흑자를 낸 점도 긍정적이다. 부채 규모도 1분기 말 13조2040억원에서 2분기 말 12조8405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전 실장은 "전세계적으로도 2분기에 흑자를 낸 항공사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비용 절감을 잘 해온 것이고, 상반기 유가 하락도 항공업계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재무상황이 안 좋긴 하지만 여기서 등급이 내려가면 시장에도 큰 충격을 준다. 등급전망 '하향검토' 정도가 예상된다"며 "산은도 이 정도면 등급 유지가 가능하겠다 싶은 정도의 지원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역시 2조4000억원 지원이 충분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등급 하락을 대비한 추가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안기금 투입이 구조조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안기금을 지원받으면 6개월간 고용 90%를 유지해야 하는데, 추가 비용절감이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 기안기금 신청 기업이 없었던 것도 까다로운 조건 때문이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용유지 조건이 걸려있어서 컨설팅에도 한계가 있다"며 "결국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 분리매각이 가장 유력한데,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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