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반도체 지형을 바꿀 초대형 반도체 공룡이 탄생했다. 퀄컴, 삼성전자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제작 기업들에겐 잠재적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 기업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인 ARM을 인수한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반도체 업계에선 이같은 평가가 나왔다. 각 분야 최고가 만나면서 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엔비디아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4일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RM홀딩스를 400억달러(약 47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의 거래 규모다.
현재 ARM홀딩스 지분은 소프트뱅크가 75%,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지분의 10% 미만을 소유하게 된다.
엔비디아는 매입 대금으로 주식 215억 달러 규모와 현금 120억 달러를 소프트뱅크에 지불하게 된다. ARM홀딩스 실적이 일정 목표를 달성할 경우 현금이나 주식 50억 달러 규모를 소프트뱅크에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 강자와 강자의 만남...'초대형 반도체 공룡' 탄생
업계에선 이번 거래에 대해 '초대형 반도체 공룡'이 탄생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거래에 대해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서 인텔이 과거에 누리던 반도체 시장에서의 힘을 갖게 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중심에 선 미국의 위치도 공고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반도체 지형을 바꿀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GPU 분야 선두 기업이다. 수년 전부터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지난 7월 초에는 시가총액 경쟁에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매출 기준) 인텔을 제칠 정도로 몸집도 커졌다.
ARM은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기술 최강자로 퀄컴, 삼성전자, 애플, 미디어텍 등 주요 IT 기업들에 로열티를 받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약 95%가 ARM의 설계 지적재산권(IP)을 사용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 체제다. 현재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서버용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도 ARM IP를 활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PC 중심이던 설계 영역을 모바일 분야로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GPU와 CPU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최근 AP 분야에서 강조되는 분야는 GPU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모바일 AP 업계 긴장..."상생에서 경쟁관계 될 수 있어"
반도체 업계는 이번 M&A가 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ARM의 고객사가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경우가 있어서다. 특히 엔비디아가 사업 영역을 모바일 AP 제작으로 확대하면 되면 기존 AP 업체들과 상생이 아닌 경쟁관계로 돌아서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사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지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ARM의 IP라는 칼자루를 쥐게 되면서 향후 행보가 어떻게 변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IP를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로열티를 비싸게 받는 등 정책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ARM 기술력을 흡수, 자사 칩 설계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타 업체와 비즈니스 협상 시 우월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으로 AI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며 "ARM이 유지해 온 오픈 라이선스 모델과 글로벌 고객 중립성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거래 성사되려면 각국 기업 결합 심사 받아야
이번 거래가 마무리기 위해서는 ARM 소재지인 영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각국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가 완전히 끝나는 데는 18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는 데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쉽게 이번 거래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대 주주가 미국 기업으로 바뀌게 되면 IP 거래에 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인수가 성사되려면 까다로운 거래 조건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AP 업체들에겐 잠재적 위험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때문에 이번 거래가 어떤 조건으로 성사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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