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일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체감과 괴리가 큰 집값 통계만을 앞세워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면서다.
◆집값 상승 멈췄다는 강남 아파트, 민간통계에선 일제히 상승
17일 국회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7‧10대책과 8‧4대책 이후 시장 흐름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서울은 부동산 상승세가 감정원 통계로 4~5주간 0.01%이고, 강남4구는 0.00%로 상승세가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국가공인통계인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로, 정부는 감정원 통계를 근거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고 있다.
실제 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4대책 이후 1주일만인 지난달 10일 0.02%을 기록하면서 전주(0.04%)보다 소폭 줄었다. 이후 8월말부터 최근까지 매주 0.01%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10일부터 지난 7일까지 5주간 보합(0.00%)을 나타냈다.
그러나 민간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의 통계는 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35%로 감정원(0.01%)보다 높게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달 1일 0.53%을 기록한 뒤 매주 줄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강남(0.23%)‧서초(0.35%)‧송파(0.29%)‧강동구(0.37%) 등 강남4구는 지난 7일 일제히 오르면서 감정원 통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도 정부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 등 주요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선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여전히 신고가로 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세제 규제 강화 등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는 지난달 26일 24억61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5㎡도 지난달 25일 19억2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9.17 leehs@newspim.com |
◆감정원 통계에서 나타난 서울 집값 상승...3년간 45% 올라
정부가 시장 체감과 괴리가 큰 통계만으로 부동산 정책 효과를 판단하면서 시장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게 유리한 통계를 앞세워 정책 실패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을 평가할 때 감정원 통계 중 상승률이 가장 낮은 매매가격지수를 기준으로 14% 올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감정원 자료로 서울 아파트는 14%, 주택은 11.3%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감정원 실거래가격지수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3년간 45.5% 오른 것으로 나타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른 감정원 통계인 실거래평균가격, 실거래중위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39.1%, 38.7% 상승했다.
정부가 언급하는 매매가격지수는 표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로, 실제 시장가격과는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매매가격지수는 임대를 제외한 거래 가능한 재고 아파트 내 지역, 규모별 표본추출을 거쳐 실거래 정보에 기초해 전문조사자의 현장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실거래가격지수는 지수산정기간 중 거래 신고가 2번 이상 있는 아파트의 가격변동률과 거래량으로 산출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대단지, 역세권, 신축으로 대변되는 주택 수요 트렌드를 충족시키는 도심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며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대표성 확보는 물론 조사 단계에서 시장 현실을 반영한 시세 데이터가 정확하게 수집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집값 상승에 대해 과거 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김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김교흠 더불어민주당 질문에 "종합부동산세가 많이 형해화(形骸化·내용 없이 뼈대만 남는다는 뜻) 됐던 기간이 있었다"며 "그게 유지됐다면 다주택 보유에 대한 욕구가 많이 제어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un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