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 위주의 공모주 배정방식에 대한 개편에 착수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 배정 비중이 해외와 비교해 큰 편이며, 최근 과열된 공모주 시장 기준에 맞춰 배정 비중을 높이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공모주 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개인투자자 비중 20%를 확대하는 방안과, 세부 배정방식을 바꿔 소액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비중을 두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논의중이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
현재 금융투자협회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신규 상장기업 공모주의 20% 이상을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하도록 돼있다. 나머지 60%는 기관투자자, 20%는 우리사주에 배정된다.
현 제도는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하고, 개인투자자 중에서도 고액 자산가에게 유리한 제도다.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배정받는 물량이 많아지며, 증권사마다 평잔이 많은 고객에 대해 더 많은 청약한도를 부여하는 우대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또 증권사마다 청약한도가 있으나 복수계좌 청약을 막지 않아 여러 증권사에 한도까지 증거금을 넣을 수 있는 고액자산가에 대한 쏠림은 더 커지는 구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청약증거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개인투자자 간 배정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하기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해외 여러 사례를 참고해 공모주 배정의 형평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일반 청약자에 대한 의무배정은 한국보다 작지만 복수계좌 청약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소액청약 우대와 추첨 등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반투자자에 대한 배정배율은 10%지만 추첨배정 방식을 취한다. 홍콩의 경우 고액청약과 소액청약을 각각 50%씩 풀(pool)을 구분해 소액청약을 우대하는 방식을 취한다. 싱가포르는 5%로 배정비율이 작지만 소액청약을 우대하고 추첨배정 방식을 취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일반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을 의무로 하지 않아 개인이 공모주에 참여하기 어렵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과열된 공모주 시장에 맞춰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정 비중을 키우고 소액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면 향후 개인투자자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형 IPO가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이 과열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공모와 함께 바로 가격이 빠져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기관보다 기업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개인에게 공모주 시장을 지금보다 더 크게 열어주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깝지 않으며, 공매도 금지 연장과 함께 공모주 배정방식까지 개인에게 유리하도록 손보는 것은 증권 포퓰리즘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고개를 든다.
증권업계에서는 복수계좌 청약을 금지할 경우 전 증권사의 전산 시스템을 연결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의 배정비중이 적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일본과 홍콩도 우리보다 비중이 적고, 미국의 경우는 아예 공모주 개인청약 제도가 없다"며 "아직 섣불리 방향성을 말하기엔 정해진게 없으며 여러 사례를 참고해 신중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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