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띄엄띄엄 신앙생활을 이어오다 헌법재판소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판결 이후 입대를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호와의 증인 신도 곽모 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16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곽 씨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 여호와의 증인에 입교한 뒤 가끔씩 집회에 참석하고 9년여 동안 별다른 종교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2012년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입영을 수차례 연기하다 2018년 7월 10일 입영통지서를 받고 입대를 거부했다.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다시 종교 활동을 시작했다.
법원은 곽 씨의 신앙생활과 병역 거부 전후 사정 등을 기초로 '양심'의 정도를 심리한 결과 "곽 씨가 성서 및 종교를 따르고자 하는 양심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참가자들이 병역거부는 무죄라고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06.28 yooksa@newspim.com |
특히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린 2018년 6월 28일 이후에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부분을 유심히 봤다. 1심 재판부는 "곽 씨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당시 헌재 결정을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각종 언론보도로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고 부모님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이상 몰랐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곽 씨가 수차례 소년보호 처분과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에도 집중했다.
이밖에도 그는 배틀그라운드나 오버워치 같은 총기 사용하는 게임을 하기도 했는데 그는 "게임을 할 당시에는 양심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할 무렵 게임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곽 씨의 내면의 양심이 과연 깊고 진실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병역거부 당시 종교적 신념이 깊거나 확고하다고 볼 수 없고,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고 볼 수 없다"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1·2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여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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