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의 창업주가 사기 의혹에 휘말린지 열흘만에 전격 사임했다. 수소전기트럭을 언덕에서 굴린 채 달리는 것처럼 홍보 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이 일부 인정된 가운데, 니콜라가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머 밀턴 회장이 2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공매도 회사로 알려진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에 대해 사기 의혹을 제기한지 열흘만이다.
다만 밀턴 회장은 이사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니콜라의 최대주주로, 총 주식의 4분의 1 가량인 916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종가로 환산했을때 약 33억달러(3조 8346억원)의 가치다.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립자 겸 회장. [사진=니콜라 제공] |
밀턴 회장은 "니콜라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을 인정해서 사임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허위 주장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사임"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니콜라는 반박문을 통해 힌덴버그가 주장한 의혹들을 이미 일부 인정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가 2018년 '니콜라 원'을 언덕에서 굴려 달리는 것처럼 조작했다고 주장했는데, 니콜라는 반박문을 통해 "니콜라는 동영상에서 자사 트럭이 자체 추진력을 갖고 운행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니콜라는 "그 이후 완전한 기능을 갖춘 모델을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힌덴버그는 당시 니콜라가 자동차 인버터를 사온 뒤 제조사 이름을 테이프로 가렸다고도 폭로했다. 니콜라는 이에 대해 "제3자의 부품을 프로토타입 차량에 사용하고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 흔한 관행이고 생산 과정에서 자체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볼보 자회사인 '파워셀 에이비'로부터 수소연료전지를 받는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니콜라가 전기트럭 제품 중 하나에 캘리포니아 제조사 '로미오 파워 테크놀로지'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며, 핵심 기술을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니콜라 주가는 힌덴버그의 폭로 이후 40% 급락했다. 니콜라는 이에 대해 힌덴버그를 주가 조작 혐의로 제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니콜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법무부도 관련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 이슈는 국내 증시에서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이날 코스피는 오후 2시 이후 낙폭이 커지며 23.01포인트(0.95%) 떨어진 2389.39를 기록했는데, 증권가 일각에선 니콜라 사기의혹에 따른 밀턴 회장의 사임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니콜라 회장의 돌연 사임에 따른 테마주들의 매물 출회가 언택트 등 밸류가 부담된 종목들의 하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이날 7.4% 급락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당국의 조사 결과 가 나올 때까지 불확실성에 따른 니콜라 주식의 주가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니콜라의 사기 논란으로 인해 수소전기차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현대차의 수소 기술에 대한 경쟁력은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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