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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중국포럼] 전병서 소장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기술·금융' 전쟁"

기사등록 : 2020-09-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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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내년엔 금융 중심으로 공격 나설 것"
"美, 대통령 선거 결과 따라 대중 전략에 변화 일 듯"
"중국은 내수 확대로 대응...반도체 국산화에 총력"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두고 '무역 전쟁'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기술, 금융 전쟁이다. 올해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 기술 전쟁을 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금융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2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뉴스핌 주최 제 8회 중국 포럼에서 '미·중의 전략 경쟁 시기 차이나 인사이트'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2020.09.24 sjh@newspim.com

◆ 美, 1위 노리는 中 때리기 나서...기술·금융으로 공격

전 소장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배경에 글로벌 1위 국가를 둔 패권 다툼이 있다고 진단했다. '돈과 권력은 나눠 쓸 수 없다'는 기조로 기존 1위 국가인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상대가 되지 않았던 중국이 2010년 이후 급부상하면서 일등 국가인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왔고, 2035년에는 미국을 추월하려는 목표를 세웠다"며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과거 세계 패권을 잡아본 적이 있어 다시 이를 노리고 있다"며 "제조대국, 경제대국을 달성한 데 이어 이제 군사, 금융 대국으로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때리기 전략은 과거 전세계 2위 국가였던 일본을 좌초시켰던 전략과 비슷하다. 미국은 1980년대 잘나가던 일본을 10년간의 경제전쟁으로 좌초시킨 경험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뉴스핌 DB]

당시 미국이 일본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역이 아닌 기술과 금융이었다. 미·일 경제전쟁 당시에도 일본의 대미 흑자는 계속 늘었다. 이에 미국은 무역이 아니라 플라자 합의를 통해 엔화를 10년간 69%나 절상시켰고, 3차에 걸쳐 미·일 반도체협정을 진행하며 첨단산업으로 우위를 지키던 일본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은 이러한 경험을 동일하게 중국에 적용하고 있다. 전 소장은 "최근 2년간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무역 전쟁을 했지만 중국은 견딜만하다고 판단했다"며 "미국은 중국의 약점인 기술과 금융을 공략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 소장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연임을 노리는 트럼프는 중국을 적(enemy)이라고 했지만 트럼프에 맞서는 바이든 후보는 '적은 아니다(not enemy)'라고 언급했다. 바이든은 대중국정책, 무역, 조세, 기후분야 등의 정책에서 트럼프와는 거의 정반대다. 게다가 부통령 시절에는 당시 부주석인 시진핑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전 소장은 "누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중국은 현재 완전한 적으로 여기는 적과 협상을 하는 것이 나은지, 적은 아니라고 말하는 바이든과 협상하는 것이 나은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 中, '내수 활성화·반도체 국산화'로 맞대응

전 소장은 미·중간 전쟁을 '힘과 싸움의 시간'으로 표현하며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중국이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통령 임기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출직이라 끝이 있지만 중국은 시진핑이 연임 단위를 삭제하면서 여유를 갖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중국이 미국과 싸움을 하지만 판을 깨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현재로서는 미국이 모든 면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어 중국이 기술, 자금, 시장을 통해 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대중국 전략으로 경제·기술·무역에서 중국을 디커플링하고 금융에 있어서는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퇴출시킬 뿐 아니라 중국에서 공장을 다 빼는 탈중국화를 원한다"며 "중국을 제 2의 소련, 일본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만 타이밍이 늦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내수 확대 전략'으로 스스로 살아남는 자체 순환 구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 럭셔리소비 시장의 35%를 차지한 데다 소비 유통 시장 규모도 2022~2023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체력을 갖추고 있다. 

전 소장은 양국이 완전히 디커플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는 '월마트'를 사례로 제시했다. 전 소장은 "월마트에서 파는 46%가 중국 제품으로 디커플링하면 그만큼 매장이 비게 된다"며 "다만 기술 측면에선 미국 기술을 가진 벨류체인과 생산이 강한 중국의 벨류체인이 서로 갈라지는 디커플링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국방, 정보보안, 통신, 인공지능(AI), 첨단 장비, 희토류 등은 이중 체제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이 같이 가는 분야로는 스마트폰, 전기차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주변 국가들에게는 미국과 중국, 각자의 편에 서도록 편 가르기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PC 마더보드 더미 속 스마트폰에 화웨이와 5세대 이동통신(5G) 로고가 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또한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압박에 대응해 '국산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율은 15%에 불과하다.

전 소장은 "미국이 반도체로 화웨이를 제재한다고 중국이 통신장비나 스마트폰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화웨이 이외의 통신장비업체나 스마트폰업체는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중국 전자업체 전반에 대해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가 나서 반도체 공급 중단 위협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기술 확보를 목표로 손해가 나더라도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개발을 원자폭탄 개발과 같은 급으로 보고 3~5년 내 미국을 넘어서는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10년 법인세 감면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반도체 회사는 물론, 장비, 재료, 조립 업체들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는 '천재소년계획'으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분야의 젊은 천재들을 억대 연봉으로 스카웃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개발을 준비 중이다.

동시에 중국은 4차 산업혁명 인프라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네트워크, AI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전 소장은 "미국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아웃될 것으로 오인하는 데 그렇지 않다"며 "화웨이는 미국 기술이 전혀 없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韓, '지중(知中)' 전략으로 발빠르게 나서야

마지막으로 전 소장은 중국의 인접국가인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을 잘 아는 '지중(知中)'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잘 모른다"며 "과거 어업 분쟁, 사드 분쟁 당시 우리가 밀린 이유는 국가 간 실력과 힘,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은 커지는 중국 시장 확보를 위해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 소장은 "중국이 인당 소득 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소비가 대폭발한 상황으로 소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며 "과거 우리가 먹던 것 입던 것을 그냥 팔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략 분야로는 '뷰티, 헬스, 테크, 금융'을 지목하며 오프라인이 아닌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중국의 16억5000만대 스마트폰이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 플랫폼에 진입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 위기론, 금융 위기론이 나오지만 코로나가 창궐했던 3월을 제외하면 올해 내내 중국은 순이익을 내고 있다"며 "중국을 제조 기지가 아니라 소비 시장, 투자로 돈이 일해서 돈을 먹는 시장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sj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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