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80년 당시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며 학내 시위를 벌인 혐의로 불법 체포·구금됐던 학생들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계엄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던 김명인 인하대학교 교수와 박용훈 민청학련 민사재심추진위원에 대한 재심사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80년 이른바 '서울대 무림사건'으로 불법 체포 구금됐던 김명인 인하대학교 교수가 40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09.25 adelante@newspim.com |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경찰들에 의해 영장 없이 강제 연행된 후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된 채 불법 구금됐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당시 수사기관에서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상태에서 자백을 강요받았던 것으로 의심이 들어 사법경찰관과 검찰의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원심에서 죄를 인정하는 듯한 진술을 하는데, 이는 피고인들이 선후배와 함께 역사·경제·사회를 배우고 사회주의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고 대화를 하기도 하거나 일부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집회하는 등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 당시 독재정권과 경제체제 비판에 대한 고찰을 넘어서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진술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판결 주문을 읽은 뒤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많이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이를 극복해온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에 대해 마음 깊이 응원한다"는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서울대 무림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1980년 12월 11일 서울대 학생시위가 벌어진 뒤 경찰이 시위 주동자들을 잡아들이면서 시작됐다. 무림(霧林)은 안개속에 있던 서울대 학생운동 조직이라는 뜻으로, 당시 김 교수는 정권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반파쇼학우투쟁선언문'을 작성한 인물로 지목돼 1980년 12월 16일 교내에서 체포됐다. 박 위원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한 차례 제적됐다 복학한 뒤 시위 배후로 몰려 같은 해 12월 25일 또 다시 체포됐다.
이들은 서울 관악경찰서와 남영동 치안본부에 순차적으로 이송돼 취조를 받았는데, '고문기술자'로 불렸던 이근안으로부터 손목 관절이 비틀리는 고문을 당하는 등 외부와 차단된 채 겁박을 당하고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0년 한 차례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계엄법 위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했다.
판결 직후 김 교수는 취재진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고맙다"며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자기 신념에 따라 행동했는데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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