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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곤혹 치른 쿠팡, 거래처 명단 요구 논란..."'가품 단속' 도 넘었다"

기사등록 : 2020-09-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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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경로 밝혀라"...쿠팡, 거래처 공개 요구에 판매자들 '성토'
"이미 정품 인증됐는데..." 쿠팡, 3주뒤 또 거래처 공개 요구 '의심 증폭'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소위 '짝퉁' 판매로 곤혹을 치렀던 쿠팡이 오픈마켓 판매자를 상대로 한 가품 검증 과정에서 '영업기밀'로 인식되는 거래처 명단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다.

판매업체들은 고객과 업체를 연결해 주는 중개 거래사업자인 동시에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쿠팡의 독특한 사업구조를 들어 거래처 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에서는 '탈(脫)쿠팡'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쿠팡 잠실 사옥. [사진=쿠팡] 2020.04.03 nrd8120@newspim.com

◆"유통경로 밝혀라"...쿠팡, 거래처 공개 요구에 판매자들 '성토'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운영 중인 오픈마켓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들의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가품을 걸러내기 위한 인증 절차로 상품 제조사부터 판매 전(全) 과정의 유통 경로를 밝히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이다. 

쿠팡은 줄곧 가품을 정품으로 속여 판매한 사례들이 잇달아 적발돼 논란에 휩싸인 선례가 있다. 이후 2016년 '신뢰관리센터'를 신설하고 가품 검증 단속 강화에 나섰다. 입점 사업자들의 거래처 확인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부터다. 유통 경로를 촘촘히 파악해 가품과 정품을 솎아내겠다는 심산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안전성 확보가 요구되는 식품과 뷰티 카테고리는 물론, 명품 브랜드가 존재하는 의류·가방 등 패션잡화 제품도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정품 검증 절차를 거친다. 다만 이 외 품목들은 다소 느슨하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다만 쿠팡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가품 논란이 있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 중단하고 수시로 유통 경로 인증을 요구해 사실상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판매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 사례가 확인된 카테고리를 보면 식품·생활가전·의류·전자기기·자동차 부품 등 다양했다.

유통경로 확인 서류에는 ▲공급처 ▲공급받는자 ▲거래기간 ▲수량 ▲품목 ▲공급처 직인 또는 서명 등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거래명세서나 전자세금계산서, 발주서, 출고명세서, 납품확인서 중 1가지를 선택해 '유통 경로'를 통해 정품 인증을 받아야만 판매 재개가 가능하다.

쿠팡의 신뢰관리센터가 한 오픈마켓 판매자에 요청한 유통경로 검증 위한 서류 목록. [사진=독자 제공] 2020.09.25 nrd8120@newspim.com

특히 수입업체들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받고 있다. 제조사에서 수입업체(도매상)가 포함된 거래 명세표를 내고 정품 인증을 받아야 한다. 단가나 금액은 비공개가 허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최근 고객의 불만 접수를 이유로 '유통경로 인증' 요구를 받았다. 해외 공장에서 직수입하는 A씨는 판매자들에 공급처 공개의 경우 영업기밀 유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가성비가 좋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보유한 공급처는 곧 판매자의 경쟁력이라는 게 판매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A씨는 "유통경로를 요구하면 서류에서 공급처명을 가리고 줬는데 점차 판매 중지 상품 수가 늘고 있다"며 "불이익이 따르지만 수입사에게 해외 제조사는 매우 중요한 영업기밀이다.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쿠팡으로서는 PB 제품 확대에 악용할 소지가 있어 끝까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일부 입점 업체들은 최근 몇년간 매출 신장률이 높은 제품일수록 유통경로 공개를 요구하는 빈도가 더 많다는 점을 들어 공급처 활용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 '메기'로 불리는 쿠팡에 공급처를 뺏길까 불안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쿠팡의 사업구조에서 기인한다. 쿠팡은 단순한 오픈마켓 중개사업자가 아니다. 직접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로켓배송을 태워 배송하는 통신판매사업자이기도 하다.

그간 쿠팡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면서 오픈마켓 판매자들과 잡음이 끊이지 않아 왔다. 판매자의 공급처에서 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을 맺고 거래처를 뺏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쿠팡의 이러한 거래처 공개 요구는 현행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유통업법 제11조 2항에는 납품업자 등이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점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매출액, 기간별 판매량 등 매출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판매사가 공급처 등 거래처로부터 거래 기간 납품받은 수량도 매출 관련 정보로 간주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LG생활건강이 쿠팡을 공정위에 제소한 혐의 가운데 해당 '경영정보 금지 요구' 위반도 포함돼 있다. LG생건 측은 "쿠팡 이 외 다른 회사와 거래하는지는 물론 타사 거래 시 공급 물량과 공급가 등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달라는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정품 인증됐는데..." 쿠팡, 3주 뒤 또 거래처 공개 요구 '의심 증폭'

유통경로 인증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수 문제점도 발견됐다. 쿠팡에서 3년째 상품을 판매해온 김씨는 수시로 이뤄지는 '정품 인증'에 올해 7~8월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공급처를 밝혀 달라"는 쿠팡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7월 하순 도매사 등이 담긴 서류를 제출한 뒤 정품 인증을 받았지만 3주 후 재차 '유통경로 미확인'을 이유로 해당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매출 타격은 심각했다. 7일 넘게 중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매출 하락 폭을 줄이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하는 쿠팡의 불성실한 태도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상품 판매 중단조차 일방향 소통수단에 불과한 이메일(e-mail)에 의존하고 있어 담당자와 일 처리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씨는 "쿠팡이 판매 중단 전 관련 메일만 보내고 전화나 문자 안내를 하지 않아 판매가 중단된 지도 몰랐다"며 "이로 인해 10일가량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 쿠팡 측에 정품 인증 메일을 캡처해 보냈더니 그제서야 판매 중단을 풀어줬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면서 "쿠팡 직원이 '절대 전화통화는 안 한다'고 해 항의도 메일로 했다. 손실분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아무도 사과한 사람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공급처를 공개하기를 거부하면 공개할 때까지 판매 중단이라는 '불이익'이 가해지기 때문에 마지 못해 유통 구조를 밝히는 판매자들이 다수다.

쿠팡 자체 PB 브랜드 '온리(ONLY) 목록.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2020.09.25 nrd8120@newspim.com

다만 일부에서 상품 판매보다 '공급처 사수'를 택한 판매자들은 '탈쿠팡'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고 제품을 수입하는 또 다른 판매자는 "특허청에 상표등록도 마쳤음에도 유통경로를 인증하라는 메일을 보내 가품 검증을 했다"며 "정작 쿠팡은 제가 파는 제품을 도용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아 도용 제품의 AS비용까지 떠안고 있다. '탈쿠팡'하고 손해배상 등 법적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미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쿠팡의 지나친 경영정보 요구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상품기획자(MD)들 사이에서는 쿠팡이 오픈마켓 판매자들에 거래처 등 영업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며 "브랜드 가품과 제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깐깐하게 공급처 등을 들여다볼 수 있겠지만 이 외 품목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요구하는 서류가 일부 좀 과해 보인다"고 전했다.

상품 판매 중단과 관련해서는 "판매 중단 시 MD가 직접 유선으로 전화해 알리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메일로 안내하고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가품과 식품 안전성 등 사전에 고객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쿠팡 자체적으로 판매 전반에 걸친 유통경로의 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과도한 단속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고선 "앞으로 판매자와 원활한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nrd812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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