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민영주택에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등 2030세대 청약기회를 넓히는 방안이 본격 시행됐다.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젊은 신혼부부 등이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오랜 기간 청약 가점을 쌓으면서 내 집 마련 기회를 노려온 4050 중년층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이번 방안으로 청약기회가 더 줄면서 내 집 마련 문턱이 더 높아진 탓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0.09.28 pangbin@newspim.com |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 확대...가점 쌓아온 중년층 "공정성 저해"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7·10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마련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시행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현재 국민(공공)주택에만 있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제도를 민영주택으로 확대하고, 특별공급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중은 20%에서 25%로 확대된다. 민영주택의 경우 공공택지에서는 분양 물량의 15%, 민간택지에서는 7%를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으로 공급한다. 다만 적용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민영주택으로 제한한다.
신설된 민영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자격은 높은 분양가를 고려해 소득수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까지 완화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도 함께 완화했다. 기존에는 신혼부부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20%(맞벌이 130%) 이하라면 신청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분양가격이 6억~9억원인 경우에는 소득기준을 10%포인트(p) 완화다. 맞벌이 신혼부부는 월평균 소득 140%까지 인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무주택 중년층 사이에선 반발이 크다. 정부가 신혼부부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주택공급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주택 등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민영주택에도 특별공급을 확대하면서 일반분양 물량은 감소한다. 오랜 시간 무주택자로 가점을 쌓아왔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줄면서 당첨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청원인은 '민간분양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설은 엄연한 무임승차입니다'라는 청원글에서 "민간분양 생애최초 15% 추첨 신설은 대체 누굴 위한 것이냐"며 "대부분 4050대까지 한 번도 내 집을 못 가져본 흙수저들의 피, 땀, 눈물의 세월로 이룬 가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생애최초라는 미명하에 성실하고 당당히 쌓아온 가점의 공정성을 저해하지 말라"며 "오히려 소득제한으로 모든 특공 혜택은 보지도 못한 채 치열한 가점을 쌓아오며 수많은 역차별을 감수해온 중년층의 일반물량을 더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분양 물량 급감에 세대갈등 심화 우려...'금수저' 혜택 논란도
문제는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 여파로 서울 새 아파트 분양 물량이 급감하면서 세대간 갈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양 물량이 감소한 만큼 경쟁률은 더 치열해지면서 청약 당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계속 무주택자로 남아야 하는 중년층 입장에선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예정된 민간분양 아파트 단지는 총 5곳에 그친다. 10월에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강동구 고덕강일5단지(809가구), 11월에는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2904가구), 은평구 역촌1구역재건축(700가구)가 분양한다. 12월에는 광진구 서울자양코오롱하늘채(165가구) 단 한 곳에서만 분양이 이뤄진다.
반면 무주택자 청약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조사한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68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9월까지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 공급 6148가구의 당첨가점 평균을 구간별로 분석한 결과, 60점 초과 70점 이하 구간의 가구 수가 3500가구(56.9%)로 가장 많았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 시행에 따른 혜택이 일부 '금수저' 신혼부부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신청하려면 부동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의 자산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에는 이러한 기준이 없다. 특별공급이 확대되더라도 대출이 막혀 있어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신혼부부가 아니고선 주택 구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기준을 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젊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요건이 걸려서 특별공급을 못 받는 층이 있다'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에 "7·10대책에서 발표한 것보다 좀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8‧4 공급대책 및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통해 확대되는 물량을 맞벌이 가구 등 실수요 계층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특별공급 소득요건을 추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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