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데 핵심 공로를 세운 미국 과학자 2명과 영국 과학자 1명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 덕분에 혈액 매개성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가 제공됐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름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의 토마스 펠만 사무총장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로는 하비 제임스 알터, 마이클 호튼, 찰스 M. 라이스 등 C형 간염 바이러스 발견에 공로를 세운 과학자들이 선정됐다. 2020.10.05 gong@newspim.com |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하비 제임스 알터, 마이클 호튼, 찰스 M. 라이스가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고 발표하고,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C형 간염과의 싸움에서 결정적 공로를 세운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은 바이러스성 질병과의 인류의 싸움에서 획기적인 성과"라며 "이들의 발견 덕분에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혈청 검사가 가능해졌고 수혈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크게 낮아져 전 세계 공중보건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C형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이로 인해 매년 전 세계 7800만명의 환자와 4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닐스-고란 라슨 노벨위원회 위원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수혈을 받는 것이 러시안 룰렛처럼 위험한 일이었다"며 "이 바이러스가 규명된 이후 수백만명이 안전하게 수혈을 받고 혈액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후보들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정해졌지만, 생리의학상 수상자들로 이른바 '바이러스 추적자'들이 꼽힌 것은 신종 질병과의 싸움에서 첫 단계로 바이러스를 규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토마스 펠만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이 설명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은 1960년대 미국 과학자 알터의 연구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 국립보건원(NIH) 소속이던 알터는 A형 또는 B형 간염 보균자의 혈액이 아닌데도 수혈로 인해 간염이 확산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1980년대에 영국 과학자 호튼 박사가 당시 몸 담고 있던 제약사 케이론의 연구진을 이끌며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에서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호튼 박사의 연구를 계기로 플라비바이러스군에 속하는 이 바이러스에 C형 간염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가 규명되면서 혈청검사로 혈액은행에 저장된 혈액의 감염 여부를 파악하고 C형 간염의 확산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마지막 퍼즐은 미국 과학자 라이스가 맞췄다. 당시 워싱턴대학 소속이었던 라이스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만들어 이 바이러스가 독단으로 침팬지에게서 간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구닐라 칼슨 헤데스탐 노벨위원회 위원은 기자들에게 "효과적인 혈액 검사로 전 세계에서 C형 간염 환자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됐고, 환자의 95%도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알터는 여전히 NIH와 일하고 있으며, 호튼은 캐나다 앨버타대학의 바이러스학 교수로 재직 중이고, 라이스는 2018년까지 미국 록펠러대학의 C형간염연구센터를 지휘한 후 여전히 현직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 수상자 3명은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나눠서 받게 된다.
노벨상은 오늘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12일까지 물리학상(한국시간 6일 오후 6시45분), 화학상(7일 오후 6시45분), 문학상(8일 오후 8시), 평화상(9일 오후 6시), 경제학상(12일 오후 6시45분)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자가 발표된다.
노벨상 시상식은 매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됐으나, 올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메달을 받는 장면을 TV 중계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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