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택배기사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재발하면서 노동자들이 '토요일 배송'을 2주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하지 않을 시 중단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혀 당분간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고 전국에서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공짜노동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입장발표를 앞두고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진행한 분류작업 전면거부 총투표에서 95.5%의 압도적 찬성을 받았으며 오는 21일부터 분류작업 전면거부에 돌입할 것을 발표했다. 2020.09.17 leehs@newspim.com |
앞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모(48) 씨는 지난 8일 오후 7시 30분쯤 배송 도중 갑작스런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김씨는 약 20년 경력의 택배기사로 매일 오전 6시 30분 출근해 밤 9시 넘어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 배송을 했다고 알려졌다. 택배 물량이 쏟아지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김씨는 주변에 "몸이 힘들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를 포함해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는 8명이다. 대책위는 추석을 앞두고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브(Sub·지역) 터미널 2067명 등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정부와 택배업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과로사가 재발됐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특히 고인이 일했던 터미널엔 단 한명의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되지 않았고, 오히려 '2배송(하루 두 번 배송을 진행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분류작업에 2명의 아르바이트생과 3명의 택배노동자가 전담해서 분류작업을 진행했다"며 "CJ대한통운과 대리점은 단 한 푼의 분류작업 지원도 없었고 오직 택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돈으로 한 달에 40만원씩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욱 심각한 것은 고인께서 산재 적용제외신청서를 작성해 아무런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CJ대한통운의 방조와 대리점 소장의 강요가 있었음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특히 "올해 과로사한 택배 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라며 "CJ대한통운이 더 이상 '죽음의 기업'이 되지 않기 위해선 그동안의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정부와 택배업계, 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마련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2주간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고 김씨를 추모하는 기간을 가질 방침이다. 토요일 배송 중단엔 4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택배기사의 약 10%인 4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비조합원 등 참여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택배업계에서 사회적 논의기구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택배업계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토요일 배송 중단이) 장기화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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