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21대 국회 임기 개시 이후 132일 간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 발의된 고용‧노동 법안 10개 중 7개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9일 21대 국회가 시작된 올해 5월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환노위 발의 법안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 계류법안 현황 [그래픽=한경연] 2020.10.18 iamkym@newspim.com |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안 총 392개 중 고용‧노동 법안은 264개로 67.3%였다. 이 중 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은 192개로 72.7%에 달한 반면, 규제완화 법안은 35개로 13.3%에 그쳤다. 나머지는 정부지원 19개(7.2%), 중립 18개(6.8%) 순이었다.
한경연은 국회 환노위에 계류 중인 주요 규제강화 법안들에 대해 노동시장 경쟁력과 경제 전반의 고용창출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우선 환노위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부 개정안을 포함해 파견근로자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등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조가 현재보다 과격한 활동을 벌이면서 노사관계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다.
폭력‧파괴를 동반한 노조 쟁의행위 등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노조의 계획에 의한 경우라면 노조 임원이나 조합원 등 개인에게 손해배상(또는 가압류) 청구를 금지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한경연은 불법파업을 기획‧지시하거나 사업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등 손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까지 배상책임을 면제하는 것은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속 1개월 이상이면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에게 고용보험을 의무적용하는 법안도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급여 기금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고, 고용보험료는 특고와 사업주가 공동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경연은 이러한 추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기간제나 단시간, 파견 근로자 등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당초 취지와 다르게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생명‧안전 업무와 상시적인 업무에 직접고용을 의무화하거나,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보다 우대하도록 조치를 부과하는 법안 등이 그 예다. 한경연은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필요한 최소인력만 고용하게 돼 결국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한경연은 현장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기보다 법과 규제를 우선시하는 '규제 만능주의 법안'을 문제 삼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의 대상을 직장 밖 제3자로 확대하는 법안이나 고용형태공시제도의 공시 대상을 평균임금, 업무내용 등으로 확대하는 법안들이 대표적이다.
한경연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환노위에 계류된 규제완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노동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 금지 규정 삭제 및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노사관계의 균형 회복을 위해 사용자 대항권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52시간제 도입과 최저임금 고율 인상 등 급격한 노동시장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및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최저임금의 업종별‧규모별‧지역별 차등적용 등 법안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노동시장 경쟁력을 해치고 고용창출의 원천인 기업을 옥죄는 규제강화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들의 고용창출 능력 제고를 위해 노동시장 규제완화 법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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