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한국형전투기(KFX)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미납한 분담금이 현 시점 기준 50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 이유에 대해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코로나19로 인도네시아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왕 청장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방사청 국정감사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20 alwaysame@newspim.com |
보라매 사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KFX 사업은 대한민국의 자체 전투기 개발능력 확보 및 노후 전투기 대체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약 8조8304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공군의 4.5세대 미디엄급 전투기 개발사업이다. 공군이 장기 운영 중인 전투기(F-4, F-5)를 대체하고 기반 전력으로 활용할 전투기를 연구 및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사업은 소요 결정(2002.11), 탐색 개발(2011~2012), 체계 개발 계약(2015.12)의 단계를 거쳐 현재는 체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체계 개발 단계가 오는 2026년 6월까지 이어지며, 2021년 5월 시제기 1호 출고를 목표로 현재 시제기 제작 중이다.
총 사업비는 8조8300여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20%인 1조7338억원을 부담하기로 돼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1조7338억원 중 2272억원만 납부한 상태다. 방사청이 이날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미납급은 현 시점 기준 5003억원인데, 분담금 미납분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된다는 점에서 향후 미납분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월 이후 분담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경제난 등을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결국 그 비용을 우리 정부가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X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
왕 청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예산에 (KFX 분담금이) 잡혀 있었다(편성돼 있었다)"며 "그런데 올 봄에 코로나19가 오는 바람에 인도네시아도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월에 인도네시아가 재협상을 시작하자고 해서 방사청 차장이 공동실무위원회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내겠다고 하느냐'는 신 의원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막혀 있던 부분이 해소가 되면 자연히 그렇게(납부하는 방향으로) 될 것 같다. 여러가지 의견 진척이 있었다"고 밝혔다.
왕 청장의 이같은 발언은 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KFX 분담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기 이전에도 분담금 지급을 미루면서 그 이유가 '경제난'이라고 했던 바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지급을 미루는 것에 분담금 인하 등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 의원도 이날 왕 청장에게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깎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혹은 인도네시아가 미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사오려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왕 청장은 "우리도 KFX를 개발 중이지만 F-35를 사용하듯이 (인도네시아도) 개발이 완성될 때까지 아무것도 안 사고 이것만 기다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언론에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에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까지 구체적으로 나와서, 주한 무관을 통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