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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죽음 뒤엔 '비용 떠넘기기'…커지는 규탄 목소리

기사등록 : 2020-10-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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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롯데택배에서 택배 노동자로 일하는 A씨는 하루 평균 14~16시간을 일한다. 오전 7시부터 물량이 많은 경우 그날 자정까지 일하지만, 오후 3~4시까지 택배 분류작업에 매달려야 한다. 택배 하나를 배송하고 받는 돈은 800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당일배송 상품을 시간 내 배송하지 못할 경우나 파손되거나 고객 불만이 접수된 경우에는 500원이 차감된다. A씨는 서브터미널에 10~15톤 차량이 싣고 오는 택배를 내리는 작업에도 매달 15만~2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뒤에는 분류작업 인력 부족 외에도 벌금·상하차비 등 비용 떠넘기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택배 노동자들은 택배업체들의 불공정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시민사회를 비롯한 학계 법조계 등 133명의 각계 대표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택배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끊기 위한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0.21 dlsgur9757@newspim.com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6일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노조는 "25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기습적으로 택배연대노조 소속 롯데택배 조합원들의 구역에 대해 택배접수중단(집하 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집하 금지 조치를 내리면 해당 구역의 택배를 아예 접수를 받지 않는 것으로, 말 그대로 해당 택배 노동자의 일을 강제적으로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서울·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신청사건이 쟁의권을 보장하는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자 이같은 결정을 했다"라며 "롯데택배는 각 대리점이 택배접수중단 요청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택배접수중단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돼 불법에 불법을 더하는 악질행위를 일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삭감된 수수료 회복 ▲작업환경 개선 ▲분류작업 인력투입 등을 요구하는 한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접수중단 조치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터미널에 도착해 분류작업 전 트럭에서 내리는 상하차작업에 드는 비용을 택배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당일배송 상품을 그날 배송하지 못했을 경우, 고객 불만이 접수됐을 경우 등에 대해 몇백원 수준을 택배 노동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벌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대부분의 택배사가 상하차 비용을 사측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롯데택배의 경우 이를 택배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불법적 직장폐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6 mironj19@newspim.com

택배노조는 또 로젠택배와 관련해 "지난 20일 고 김광택 택배 노동자는 로젠택배 부산 강서 터미널에서 쇠기둥에 목을 맨 채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며 "로젠택배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라도 느낀다면 전국 지점들을 대상으로 권리금과 보증금 실태,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 다단계 계약 구조, 열악한 노동환경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로젠택배에 ▲택배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보상 ▲전국 지점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및 구체적 해결 방안 마련 ▲권리금, 보증금, 다단계 착취 구조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 ▲지점별 터미널 노동환경 개선 ▲노동조합 인정 및 교섭 등을 요구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로젠택배는 일부 대리점은 택배 기사 계약 때 권리금과 보증금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택배기사로 일하려면 돈을 내라는 식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 산업 초창기 때부터 구역 내에서 대리점 혹은 배송 기사들을 서로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권리금과 보증금이 생긴 것"이라며 "그만두게 되면 직접 사람을 구해서 그 사람한테 받으라는 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택배 노동자들은 이날 서울 광진구 우체국물류지원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분류작업 인력 투입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앞서 택배업체들은 택배 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들어 과로사·생활고로 14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숨지면서다.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는 분류 인원 충원 등의 내용을 담은 택배기사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한진은 이날 오후 10시 이후 이뤄지는 심야 배송을 다음 달 1일부터 중단하고, 1000명의 분류업무 지원 인력도 투입하기로 했다. 분류 기사는 택배기사가 배송하기 전 서브터미널에서 구역 물량을 분류하는 일을 담당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마찬가지로 분류 지원 인력 1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택배 물량 조절, 2021년부터 택배기사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 조건에 반영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 역시 분류 지원 인력 4000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 기사의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한다.

 

cle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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