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나은경 기자 =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기조와 맞물려 올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도매대가(알뜰폰사업자의 망 사용료)를 크게 낮췄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큰 폭의 인하율"이라며 도매대가 인하를 반기고 있다.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이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와 알뜰폰 이용자 수요가 많은 롱텀에볼루션(LTE) 'T플랜'과 '밴드데이터' 요금제, 종량제에 대한 도매대가를 낮췄다고 밝혔다. 알뜰폰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망을 쓰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으로 도매대가가 내려갈수록 알뜰폰 사업자는 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올해 도매대가 인하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종량제 도매대가다. 종량제 도매대가란 3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에 주로 적용하는 것으로 음성이나 데이터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것이다. 주로 선불제 요금제를 판매하는 중소알뜰폰 사업자들이 이용한다.
종량제 도매대가는 음성이 분당 18.43에서 10.61원으로 낮아져 인하율이 42.4%였다. 2019년 인하율 17.8%에 비해 인하율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데이터 역시 MB당 2.95원에서 2.28원으로 도매대가가 22.7% 줄었다.
중소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종량제 도매대가는 선불서비스나 다른 중저가 상품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되는데 이 부분이 많이 내려가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며 "향후 상품 요금을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겨 내년 초 알뜰폰 상품을 새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종량제 도매대가에서 인하율이 큰 것은 데이터보다는 음성이었다. 이것은 통신사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상품 구성이 이미 이동한 상황에, 통신사 입장에서 영향을 덜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선 음성보다는 데이터 중심으로 넘어간지 오래돼 음성 종량제 도매대가가 내려갈 때도 됐다"면서 "SK텔레콤 입장에서도 본인의 주 수익원이 데이터인 만큼 음성을 특히 많이 낮춘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형 알뜰폰업계에서 관심을 둔 부분은 종량제 도매대가 보단 LTE 수익배분형 도매대가였다. 수익배분형이란 알뜰폰 업체가 이통사의 특정 정액 요금제를 재판매할 때 해당 요금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도매대가다.
알뜰폰 사업자의 주력 요금제인 LTE 요금제 'T플랜'과 '밴드데이터' 대가도 0.5%포인트에서 2%포인트 사이로 낮춰 요금 인하여력을 확보했다. 올해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에서 가장 난항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던 LTE 데이터 구간은 6.5GB와 11GB였다.
밴드데이터 요금제 6.5GB 구간의 월 5만6100원 요금제의 도매대가율은 47.5%(2만6647.5원)에서 45.5%(2만5525.5원)으로 조정됐다. '11GB+일2GB' 구간의 월 6만5890원의 요금제 도매대가율이 50%(3만2945원)로 정해졌다.
한 대형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대형 알뜰폰 업계의 경우 후불제 중심으로 6.5GB와 11GB 도매대가가 많이 떨어지길 원했고, 전체적으로 도매대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평가"라며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중소알뜰폰업체에 맞춰져 있는 만큼 이번에 특히 종량제 도매대가 인하에 힘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중소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와 SK텔레콤 사이에서 조정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한 것 같다"면서도 "가입자 비중이 20~30% 정도 되는 300MB, 1.2GB 구간의 도매대가가 더 낮아지기를 바랐지만 SK텔레콤 쪽에서 이 구간은 적극 방어한 것으로 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5G 요금제의 경우 '9GB+1Mbps'이 제공되는 월 5만5000원의 요금제 도매대가율이 66%(3만6300원)에서 62%(3만4100원)으로 떨어졌다. 또 '200GB+5Mbps'가 제공되는 월 7만5000원의 요금제의 경우 도매대가율이 75%(5만6250원)에서 68%(5만1000원)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알뜰폰 5G 고객이 미미한 상황에 당장 5G 도매대가 인하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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