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약속했던 대전도시철도 2호선 전 구간 무가선 트램(충전식 노면전차) 조성이 무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적 한계로 2호선 총연장 36.6km를 무가선 방식으로 정상 운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대전시는 무가선을 토대로 일부 구간에 공중전선을 설치하는 무가선·가선 혼용방식을 검토 중이다.
[대전=뉴스핌] 라안일 기자 = 허태정 대전시장이 2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건설 사업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로부터 기본계획승인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대전시] 2020.11.03 rai@newspim.com |
허태정 시장은 지난해 1월 29일 정부가 대전 트램 등 23개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대상으로 확정하자 무가선 트램으로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시는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무가선 트램이 기존의 트램과 달리 배터리로 운행되기 때문에 공중전선 설치가 필요 없어 도시경관에도 유리한 친환경 미래 대중교통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허 시장이 무가선 트램(충전식 노면전차) 구상을 밝힌 지 2년도 채 안 돼 입장이 달라졌다.
현재 배터리 기술상으로는 대전 트램 총연장 36.6km를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술로 최대 40km까지 운행할 수 있지만 이는 평지를 조건으로 낸 결과다. 서대전육교 지하화, 테미고개 구간 등 오르락내리락하는 대전 트램 운영구간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극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시는 차량에 배터리를 부착하고 정거장마다 설치된 설비로 급속 충전하는 슈퍼커패시터(슈퍼캡)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슈퍼캡으로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게 되자 무가선·가선 혼용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허 시장 또한 지난 29일 기자브리핑에서 전 구간 무가선 트램에서 한 발 벗어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허 시장은 "실무선에서 여러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완전한 무가선 운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무가선과 가선을 혼용해서 할지, 다른 방식을 할지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노선의 가선 설치가 현실화되면서 도시경관 훼손, 과학도시 대전 위상 하락, 민관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전시 도시철도2호선(트램) 차량 이미지 [사진=대전시] 2020.11.03 rai@newspim.com |
먼저 도시경관 훼손은 불가피하다. 시는 전 구간 무가선 트램 운영으로 공중전선 설치가 필요 없어 도시경관에도 유리하다고 홍보해왔는데 무색해졌다.
도시경관을 위해 육교, 고가도로 등을 철거하는 움직임과도 상반된다.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도 하락한다. 시는 무가선 트램이 국가 R&D사업으로 개발된 신기술로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된 무가선 시스템이 '과학도시 대전'을 상징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같은 기대를 접어야 한다.
가선 설치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민·관 갈등이다. 36.6km 구간 중 일부에만 공중전선이 설치돼 가선 구간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홀대론이 제기될 수 있다.
'왜 우리 지역에만 가선이냐'라는 반발에 시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대전 트램 가선 설치구간은 내년 상반기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산학연 컨소시엄에 의뢰한 '트램운영계획 수립 및 도로영향 분석' 용역결과가 연내 발표된다.
용역에는 트램 급전 방식 등을 검토한 결과가 담길 예정이다.
시는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4월쯤 가선 설치구간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대전 트램은 총사업비 7491억4000만원을 들여 총연장 36.6㎞, 정거장 35곳, 차량기지 1곳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7년 운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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