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 사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9일 자 신문은 아시아 미국 동맹국 관리와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코로나19 사태 등 국내 문제 때문에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 개발이나 인도와 중국 간 국경 충돌 등 긴급한 사안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면서 대만에 전념하겠다는 미국의 종전 약속이 훼손되거나 남중국해서 중국의 군사력이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FT는 보도했다.
◆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로 회귀 위험"
연세대학교의 존 델러리 아시아 전문가는 코로나19 사태로 분열된 미국을 지도하는 것 등 국내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대북 비핵화 협상과 같은 문제가 더 이상 우선시 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게 되면 실수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폭력배'로 지칭하는 한편, 김 위원장이 '핵 역량' 축소에 먼저 동의해야만 그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미국 백악관에서 이란 핵 합의를 발표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과 조 바이든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김 위원장을 추어올리고 그와 정상회담을 통해 일괄타결식 비핵화 해법을 찾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서 '정당화'했다고 비판했다.
델러리 전문가는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을 지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미국의 대북 외교적 관여가 거의 없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의 급속한 핵무기 기술 발전만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대만, '대중 기조 유화적으로 바뀔까' 우려"
대만에서도 바이든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1979년 외교 관계에서 대만보다 중국을 우선순위에 뒀던 기존의 미국 입장을 깨고 대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에 중국은 대만을 겨냥해 군사적으로 전례 없는 압박을 가했다.
알렉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대만의 일부 관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정책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유화적으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왕팅유 대만 집권당 의원은 미국이 중국을 '위협의 존재'에서 단순한 '경쟁국'으로 바꿔 볼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 이는 작은 외교적 변화일 뿐이지만 대만에는 생사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인도·동남아, 적극적인 중국 견제 원해"
인도 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이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 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쇼크 말리크 인도 외무부 정책고문은 "바이든은 오바마가 2008년 걸었던 아시아와는 아주, 매우 다른 세상을 걷게 될 것"이라며 "중국과 아시아는 12년 전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곳이 됐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적극적인 압박을 원하는 건 동남아시아 국가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전 행정부는 여러 동남아 국가의 영유권이 걸린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중국의 행보에 강력히 비판하고 이곳에서 군사 훈련까지 진행했으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동남아 국가들이 이득을 본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의 고위 외교관은 FT에 중국의 불법적인 군사적 협박으로부터 관계국들의 어업권 및 자원 탐사 권한을 '실질적, 영구적'으로 보호받는 것이 우리가 미국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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