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와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정보통신(IT)기기들의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사례 1700건이 적발됐다. 적발 제품 중에는 전동스쿠터, 드론뿐 아니라 일상에서 매일같이 활용하는 무선이어폰, 휴대폰, 스마트밴드, 무선마우스 등도 포함돼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부는 이미 시장에 유통, 판매돼 소비자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판매된 IT기기들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용자의 인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판매된 제품들을 수거해 직권으로 전자파 시험을 시행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다만 위반 사례 1700건 중 인체적합성 검사가 필요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국서 평가받고 미국서 받았다고 시험성적서 '위조'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송통신기자재 시험성적서 위조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0.11.10 nanana@newspim.com |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와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통해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합성평가는 전파법에 따라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제조·판매·수입업체가 기자재를 시장에 유통하기 전 기술기준에 부합한 지 인증·등록하는 제도다. 전파간 혼·간섭을 막고 인체나 기자제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기정통부 소속 국립전파연구원(전파연)은 국내 적합성평가를 받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미국 소재 BACL이 발급한 시험성적서 전체 내역을 대상으로 시험성적서의 진위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381개 업체의 적합성평가에 이용된 총 1700건의 시험성적서가 미국 소재의 BACL에서 발급된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일부 IT기기의 시험성적서의 실제 발급기관이 표기와 다르다는 제보를 받아 이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표기된 발급기관이 미국 소재 글로벌 시험기관인 BACL(Bay Area Compliance Laboratory)인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중국 BACL에서 시험·발급됐다는 것. 중국 BACL은 미국 BACL의 계열사지만 중국 BACL은 국내 시험기관 지정절차나 국가 간 상호인정협정(MRA)을 거치지 않아 시험성적서를 발급할 권한이 없다.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IT기기는 정부의 처분통보와 함께 적합성 평가 취소, 해당 제품 수거·파기 명령이 내려질 방침이다. 브리핑을 진행한 오용수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수거·파기 범위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에 소비자 보호계획을 함께 제출토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아직 국내·외 제조·판매·수입업체와 중국 BACL간의 관계나 위조 배경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전파연은 행정처분을 목적으로 해당 업체들에 10일부터 청문 실시에 따른 사전통지를 시작하고, 다음 달부터 381개 업체에 대해 청문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 기기 소비자·통신장비 구매한 통신사는 어떡하나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국내·외 381개 제조업체 또는 수입업체가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부정하게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평가를 받았다. 위 도표는 사건 흐름 요약. [자료=과기정통부] 2020.11.10 nanana@newspim.com |
문제는 이미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적합성평가를 받은 무선이어폰이나 통신장비 등이 소비자와 통신사에 유통된 경우다.
인증된 기관에서 인체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무선이어폰이나 무선스피커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오 국장은 "소비자 보호를 우선으로 재시험과 같은 절차를 시행해야 하고 해당 제조업체나 수입업체에 관련내용을 통보할 것"이라며 "안전을 위해 이미 판매된 제품은 정부가 직접 수거해 직권검사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1700건 중 인체적합성 평가 대상인 제품은 많지 않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측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전파기반과 관계자는 "인체와 밀접한 거리에서 사용하면서 전자파 출력이 세면 인체적합성 평가 대상이 되는데 정확한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1700건 중 많지 않은 비중으로 알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 해당 제품의 인체적합도를 평가해 소비자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인체적합성 평가 대상이 되는 IT기기는 휴대폰, 무전기와 일부 전자파 출력이 센 무선이어폰 등이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전파환경 보호를 전제로 상응하는 대안적 조치를 제조사나 수입회사로부터 선택할 수 있게 제시한 뒤 청문을 거쳐 최종 확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업체로 하여금 전파적합성을 직접 증명토록 하거나 정부가 직권으로 샘플을 수거해 시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조 시험성적서로 평가를 통과한 것을 알지 못하고 통신장비를 계약해 이미 망 구축에 활용한 통신사도 걱정이 크다.
오 국장은 "이동통신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해당 제조사가 해당 이통사와 협의한 뒤 전파환경 보호를 전제로 대안을 선택하도록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세부 내용은 청문절차를 거쳐 해당 제조사에 대한 최종 처분이 확정될 때 같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이통사가 직접 수시검사를 받아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방법도 허용할 예정이다.
재발방지 조치에 대해서는 "상호인정협정 체결국과 협력해 시험성적서의 진위 확인절차를 강화하고, 위조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등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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