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승객이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며 차를 세우고 욕설한 택시기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허정인 판사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3)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택시기사인 A씨는 지난 4월 20일 서울 강남구에서 승객 B씨를 태운 뒤 B씨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거절하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차를 세우고 내린 뒤 행단보도 부근에서 행인들이 다 듣도록 'XX놈', '죽을래' 등 욕설해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도로에서 한 개인택시 기사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동하고 있다. 위 사건과 관계 없음. 2020.03.05 alwaysame@newspim.com

A씨는 "욕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주위에 사람이 없었고, 욕설을 하게 된 것은 B씨의 계속된 도발에 의한 것이라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허 판사는 "증거에 의하면 사람들이 다수 통행하는 횡단보도 근처에서 피해자를 향해 욕설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이는 모욕죄의 공연성 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계속 피고인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찍으면서 웃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계속해서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행위가 사회상규상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당시 피해자를 무시하고 자리를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계속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였던 점 등에 비춰보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택시 내에서는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을 향해 욕설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신이 욕설을 한 행위 자체는 인정하고 법리상으로만 다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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