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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헤리티지]② 준법·ESG·지속가능경영…싱크탱크 필요성 커져

기사등록 : 2020-11-1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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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인권, 윤리, 노동 등에 대한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
개별 기업 대응으론 한계 봉착…싱크탱크 필요성 커져
최태원 회장, 10여년 전부터 국제무대서 CSR·ESG 주창

[편집자주]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의 출현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재계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 등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에 머리를 맞댈 단체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심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4대 그룹이 있습니다. 그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역할은 단연 재계의 이목을 끕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이 '한국형 헤리티지' 출현의 가능성과 나아갈 방향,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아마존 열대우림에 멸종생물이 늘어나면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생태계 다양성도 사라져 결국 열대우림은 황폐한 사막으로 바뀌게 된다. 삼림보호, 이산화탄소 감축,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같은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같이 말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상의 공감과 감수성을 갖추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임을 강조했다.

우리 기업도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 돼야 기업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OVAC 행사 개최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SK그룹] 2020.09.01 sjh@newspim.com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을 필두로 한 4대 그룹의 총수들이 최근 두 차례의 회동에서 한국형 싱크탱크 설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치마크 대상은 미국 헤리티지재단이다.

최 회장이 내년 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해 대한상의를 싱크탱크로 개편할 것이란 전망부터 아예 원점에서 새로운 경제단체를 설립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유명무실 해진 이후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반기업 정서가 날로 강해진 탓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 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재계 수장 역할로 나선 것은 글로벌 경영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른 국면에 돌입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벅찬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환경, 인권, 윤리, 노동 등 사회적 문제와 관련해 기업을 상대로 한 요구사항이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다.

EU는 역내 기업 뿐 아니라 유럽에서 활동하고 자국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예컨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차량 제조사들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높이거나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또 비인도적 살상무기를 제조하거나 아동노동 착취와 같은 비윤리적 문제에 휘말릴 경우 유럽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바이드 시대가 열리면서 '착한 경영'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는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수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춘 우리로서는 촘촘해지는 글로벌 규제 속에서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십 수년 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이를 국제무대에서 설파해 왔다. 그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두고 재계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2000년대 초부터 사회적 책임을 주창해 온 최 회장은 2009년 사회책임경영(CSR)을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가 하면 그해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이사로 선임됐다.

UNGC는 2000년 7월 유엔 주도 하에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분야에서 10대 원칙을 제시하는 등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발족한 UN 산하 전문기구다.

또 최 회장은 2014년 옥중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를 펴낸데 이어 2017년부터는 사회적 책임을 ESG(환경· 사회·지배구조)로 구체화했다.

최 회장의 이러한 노력은 이달 초 SK그룹 8개 관계사가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4대그룹 총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사진=뉴스핌DB)

친환경 투자는 SK만의 이슈가 아니다. 여타 그룹도 친환경 경영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실시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ESG 투자 확대로 지속가능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7년 대비 26% 감축하겠다고 밝혔다.LG화학은 기후 변화 대응 활동으로 국내 석유화학기업 최초로 '2050 탄소중립 성장'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한화그룹은 비윤리적 무기라고 비판을 받아온 분산탄 사업을 떼어냈다.

ESG 경영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온 최 회장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을 설립해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재계 공동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재계 관계자는 "3~4년 전 최 회장이 ESG 경영을 얘기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그 함의를 이해하지 못했다"며 "지난해부터 글로벌하게 ESG가 화두로 떠오르고 관련 펀드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 바이든 당선자 역시 친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등 ESG 붐이 일면서 최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전체가 고무된 인상"이라고 평가했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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