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정부 주최 주파수 재할당 설명회를 하루 앞두고 있지만, 정부와 이통3사간 대립은 사그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이통3사의 설명회 불참이나 정부안 불복 후 행정소송 가능성까지 언급될 정도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공개를 한달여 앞두고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통3사는 오는 17일 개최될 정부의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설명회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통3사 관계자는 "설명회 참석에 대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해 유동적인 상황"라며 "행사 당일이 돼야 확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3사 "의견수렴 않는다면 행정소송도 불사"
이통3사는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 등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한 이통3사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협상의 여지없이 기업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 제시된다면 결국 기업들은 불복소송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행정소송까지 가게 되면 이통3사로서도 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 전에 완만한 협상이 가능하길 바라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영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통사인 '보다폰UK'가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에 승소해 1년치 주파수 할당료에 해당하는 2억2000만파운드(한화 약 3223억8000만원)를 돌려받은 전례가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과거 경매대가만을 고려해서 주파수 재할당료를 산정한다면, 이것이 정부 재량권의 일탈·남용인지 판단하는 것이 행정소송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정부의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행정소송까지 갈 가능성 자체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난 2017년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때에도 이통3사가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소송 전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정부의 취지를 고려해 수용하겠다"며 포기한 바 있다. 이번에도 주파수 재할당 외 중저가 요금제 도입,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인프라 투자 등 정부와 이통3사가 여러 이슈에서 얽혀있는 만큼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기 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송까지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이통3사의 주파수 사업계획은 물론 6G 상용화 등으로 이어질 장기적인 국가의 주파수 정책도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만약 행정소송까지 가게 된다면 소송 결과가 계속 양측에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5G 최초 상용화나 전 세계적으로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 등으로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ICT 선두국가' 이미지를 끌고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점점 늘어나는 트래픽…"이번 기회에 주파수 산정 기준 명확히 해야"
문제는 이번에 주파수 대가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주파수 이용시기가 만료될 때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는 데 있다. 심지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 많은 양의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사이 갈등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의 9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처음 통계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5년 12월 대비 올 9월의 총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18만9001테라바이트(TB)에서 67만4358TB로 3.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영상 트래픽 증가율도 3.5배다. 실제로 텍스트나 음성데이터 위주였던 2G 시절을 지나 사진·동영상 위주의 LTE 시대로 접어들면서 트래픽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5G 시대가 도래하면 게임, 영화 등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게 되므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주파수 대역폭이 필요하게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역시 법적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골자로 하는 '전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이통3사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안의 핵심은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기준을 법률로 상향입법하고, 시행령에서는 구체적인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방식을 규정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 6일 김 의원 주최 아래 열린 '바람직한 주파수 재할당 정책 및 제도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산정에서 전파법은 수범자(이통3사)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야 하지만 법상 불충분한 부분이 있어 정부와 사업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기정통부는 예측가능성 판단이나 법률의 구체화 정도가 수범자의 수준과 상황에 따라 정하는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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