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1990년대 국내 최초 가습기살균제부터 제대로 된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출시·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과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94년 국내 최초로 가습기살균제 '유공 가습기메이트'가 안전성 검토를 거 치지 않은 채 인체에 해가 없다는 허위광고를 통해 시장에 나왔다. [사진=사참위 제공] |
사참위에 따르면 유공은 1994년 11월쯤 가습기살균제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했다. 유공 가습기메이트의 원료는 흡입 독성 원료인 CMIT/MIT가 1.5% 함유됐다.
유공도 흡입독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영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실에 실험을 의뢰하고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전달받았으나 추가시험 없이 계속 제품을 판매했다. 특히 판매 과정에서는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는 등 허위 광고를 했다.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 이후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에서 2020년 현재까지 총 48종의 제품이 판매됐다. 하지만 유공을 포함해 옥시,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에서도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참위는 "유공, 옥시, LG생활건강, 애경 등에서 실시한 검사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이 아니었다"며 "더욱이 유공, 옥시, LG생활건강은 해당 시험결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제품부터 먼저 출시했다"고 비판했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장은 "기업들은 '제품 개발당시국내에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미 국내에 흡입독성실험 기준이 마련돼 있었고 해외에서는 흡입독성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제품 개발과정 문제점에 대해 이제 와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1990년대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손해도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경험이 결국 2000년대까지도 이어져 가습기살균제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피해자가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관련 기업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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