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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 대책이 전세난민 수용소 대책이냐"…물량 채우기 급급한 정부

기사등록 : 2020-11-1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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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광호텔 2~3곳 인수해 전세공급, 빈상가 및 오피스텔도 활용
3~4인가구 수용 한계, 물량확보 미지수...'생색 내기용' 시선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전세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호텔을 매입한 뒤 개조해 전세로 내놓는 방안까지 추진하자 공급 숫자에 연연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지역 3성급 이상 호텔 3~4곳을 매입하는 비용만 4000억원 이상이다. 리모델링 공사비를 포함하면 비용이 더 필요하다. 호텔은 일반적으로 1인가구를 수용하는 원룸형이다. 전세난에 가장 피해를 본 3~4인 가구를 위한 주택으로는 부적합한 것이다. 상가와 오피스텔 매입 후 전세로 공급한다 계획도 전체 또는 한 층을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라 단기적으로 물량을 확보할지 미지수다.

◆ 호텔 2~3곳 전세 전환시 1000가구 안팎 공급 가능

19일 정치권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발표 예정인 전세대책에 서울 관광호텔 2~3곳을 매입해 전세로 내놓는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에 경청하고 있다. 2020.11.17 dlsgur9757@newspim.com

서울지역 내 전세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기 공급확대가 절실하다. 공급물량을 최대한 짜내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에 처분하려는 호텔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호텔 매입은 일단 전체 건물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호텔 2~3곳이 대상이다. 현재 서울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와 역삼동 르메르디앙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크라운관광호텔과 르메르디앙서울는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고, 서울드래곤시티호텔은 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중 2곳을 인수하는데 드는 자금이 2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크라운관광호텔의 매각가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1400억~150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지난 2018년 같은 지역 내 캐피탈호텔을 요진건설이 14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두 호텔의 객실수는 각각 205개, 287개다.

르메르디앙서울은 지난 2017년 9월에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소유주인 전원산업은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코로나 이후 경영난 가중돼 처분키로 결정한 상태다. 매각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객실수는 337개다. 이 외에도 서울에서 3성급 호텔 10여곳이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이런 호텔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전세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부대시설과 객실을 수리해 기존보다 주거공간을 늘린다. 주로 1인 가구가 대상이며, 일부 2인가구를 위해서도 조성한다.

현재 빈 상가와 오피스텔도 전세로 활용된다. 정부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최대 5000가구 규모의 전세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들도 개별 건물을 매수하기보단 통째로 또는 층별 매수를 추진한다. 주거가 가능한 공간으로 개조한 뒤 청년, 사회 초년생 등에게 제공한다.

정부가 매입 검토 중인 이태원동 크라운관광호텔 모습[제공=크라운관광호텔]

◆ 1인 가구 위주로 전세난 해법에 한계...실효성 고민해야

전세대책에 호텔까지 등장하자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주거 공간으로 적합지 않고, 매입과 리모델링 과정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이렇다 보니 공급물량 숫자에 급급한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불만의 강도가 거세다. 커뮤니티 한 네티즌은 "호텔에 이어 여관, 노래방까지 개조해 전세로 공급하는거 아니냐"고 불판을 터트렸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전세대책을 만들라 했더니 전세난민 수용소를 만들고 있다", "전세시장이 안 잡히면 캠핑시설, 컨테이너까지 활용하는거 아닌가"라고 다소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임대료 부분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호텔 매입과 리모델링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 주변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어렵다.

앞서 서울시가 호텔을 개조해 임대주택을 공급한 바 있다. 시가 동묘역 베니키아호텔을 인수해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선보였다. 전용면적 16㎡(약 5평)짜리 한 방의 임대보증금은 3420만~4560만원에 월 임대료가 34만~39만원이다. 관리비 10만원 정도를 포함하면 월임대표가 5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 청년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인 것이다.

호텔 및 빈 상가, 오피스텔 주택이 대부분 1인 가구를 수용한다는 것도 한계다. 최근 전세난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세입자는 3~4인 가구다. 전세매물 품귀현상으로 이사갈 전셋집을 찾기가 더 어려워져서다. 서울 거주자들이 전셋집을 찾아 경기도 외곽으로 이주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호텔까지 매입해 전세를 늘리겠다는 방안에 정부의 고민이 읽히고 있다"며 "하지만 서울지역 호텔을 인수하는 데 자금이 많이 들고, 매입절차도 순조로울지 미지수라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물량에 급급해 설익은 대책을 내놓을 경우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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