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외국인 유학생들만 등록금 6%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외대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석상대(下石上臺·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은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며 교내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최근 외국인 유학생들만 대상으로 등록금 6%를 인상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2020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연구·학생경비, 도서구입비, 교내 장학금 등 약 94억원도 삭감됐다.
한국외국어대학교(HUFS)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관련 김인철 총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구성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사진=한국외국어대학교] |
이에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학교는 '올릴 수 있으니까 올린다'는 것만을 인상 근거로 제시했다"며 "유학생이 더 많은 등록금을 납부해야 하는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도 적혀있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특히 "누가 보더라도 유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재정 손실을 벌충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적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사고가 적합하지 않음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학생들의 가정 또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시기에 등록금 인상은 매우 가혹한 처사"라고 덧붙였다.
추경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손실 등을 감안하더라도 삭감된 금액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이는 발생한 적자 대부분을 학생들에게 환원되는 금액을 줄여 메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차별의 소지가 있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만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라고 해명해 논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장학금 혜택이 적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더 지급하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취지다.
한국외대 홍보실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 때문에 방법이 없다. 우리 대학만 올리는 것이 아니다"며 "내국인 학생들은 인상을 못하니까 외국인 학생들만 올리는 것인데, 고육지책이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이 '학교 재정에 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 유학생들 복지와 장학금에 보태 쓰려는 것'이라고 전했다"며 "현재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못 주고 있는데, 오히려 그게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추경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도 "현재는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시국"이라면서 "올해는 어떻게든 긴축재정하자, 서로 동참하자는 취지로 하자는 것인데 경영상 간섭을 하면서 비판·왜곡하면 참 힘이 빠진다"고 했다.
학교는 학생들과 함께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 1차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즉각 교내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