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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측 "朴 전 대통령 질책 받아 지원...수동적 뇌물" 강조

기사등록 : 2020-11-2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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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대 당시 강하게 질책 받아...이후 승마지원 시작
영재센터 후원 역시 대통령 요구...부정 청탁도 없어
유착관계 인정 안 돼...삼성 지원은 다른 기업과 동일한 수준

[서울=뉴스핌] 심지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 측에 준 뇌물이 소극적·수동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23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영수 특검팀이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하며 적극적·능동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하자 반박하는 의견을 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0.11.23 dlsgur9757@newspim.com

변호인단은 특검이 증거조사에서 언급한 ▲승마지원 ▲영재센터 후원 ▲부정청탁 ▲그 밖의 의견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승마지원의 계기가 2015년7월25일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면담을 가지면서 강하게 질책한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 전까지는 최서원이나 정유라를 만난 바 없고 지원을 한 것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문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날 이후부터 '최여사, 최원장' 등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의 증언과 최서원 사건의 환송 전 항소심 판결문을 근거로 정유라의 승마 지원을 계획하고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서원의 강요로 승마지원을 시작했으며 올림픽 대비를 위한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다른 선수들의 지원도 함께 추진했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서원이 정유라만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승마지원이 변질됐다고 말했다.  

영재센터 후원 역시 수동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후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최서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삼성에 대한 지원 요구와 관련해서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인정했다"며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요구로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된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후원을 결정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재센터 후원은 동계올림픽 기반 조성을 위한 공익적 취지로 이뤄졌으며 삼성 관계자와 영재센터, 문체부 관계자들도 공익적 사업으로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재센터 배후에 최서원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김재열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이규혁 전 국가대표도 최서원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는 점을 제시했다.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특검 측 증거에 대해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단독면담을 청탁의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랬다면 다른 기업들처럼 그룹 현안이나 애로사항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민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삼성으로부터 받은 자료는 일반적인 기업 현황만 기재돼 있으며 애로사항 관련 자료를 받은 바 없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또한 "소위 승계작업이 '이재용 개인을 위한 현안'이라 가벌성이 크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주요 현안은 모두 삼성과 그 계열사 이익에 기여하는 현안이며 합병 무효사건의 1심 판결도 이 사건 합병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 안정화 등의 효과로 삼성과 계열사 이익에 기여한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단독면담을 가지며 유착관계를 형성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오늘도 2014년 9월 15일 '0차 독대'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변호인단은 삼성의 지원은 다른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포스코도 최서원 측에 여자 배드민턴 팀 창단 요구를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청와대의 강한 요구를 받고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며 "이는 삼성의 승마지원 과정과 거의 유사할뿐 아니라 직접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는 점은 요구 강도가 훨씬 더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대등한 관계였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시대가 변하면서 정치보다 경제 권력이 우월하거나 최소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고 삼성의 경우 국내 1위 재벌그룹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통령과의 관계가 대등해졌다"며 "이를 볼 때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을 감안, 더 이상 3·5법칙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3·5 법칙은 법원이 재벌회장 등에 실형 대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관행을 말한다. 입법자가 정한 양형기준이 아닌 3·5법칙을 적용하게 되면 이렇게 될 경우 특권층을 인정함으로써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결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특검이 제출한 추가 증거에 대한 조사를 오는 30일에 진행하고 다음달 7일에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sj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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