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하나은행 파생결합펀드(DLF)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법 해석을 과도하게 넓게 해석해, 금융당국이 조사와 제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법에 명시돼있지 않아 위법이라고 보기 애매한 여지가 있다", "극단적으로만 하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24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지난 9월23일 열린 전체회의 의사록에는 하나은행 DLF 고객정보 유출 제재 안건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담겨있다.
하나은행 직원 4명이 DLF 가입고객 1000여명의 계좌 1936개 거래정보를 고객 동의없이 법무법인에 넘긴 사건에 대한 논의다. 이후 이들 직원 4명은 견책, 감봉 3개월 등의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 [사진=하나금융그룹] 2020.03.22 bjgchina@newspim.com |
금융당국은 하나은행이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의견받아 금감원이 징계수위 결정) 하나은행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고객정보를 동의없이 법무법인에 제공한 건 실명법에서 인정하는 업무위탁이 아니고, 설사 업무위탁이라고 보더라도 과다한 정보를 비식별처리 없이 제공한 건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근거로 금감원에서는 형사고발 여부를 판단 중이라며, 중대 범죄로 여겼다.
그러나 공개된 금융위 회의록을 보면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되레 이번 법령 해석을 지나치게 당국 중심으로 과도하게 해석했고, 이 같은 시각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도 크게 낮췄다.
출석위원은 은성수 위원장, 손병두 전 부위원장, 이성호·최훈·윤석헌·이승헌·위성백·심영 위원 등 총 8명으로, 위원 상당수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발언 기준 4명) 즉 제재의 근간이 된 금융당국의 법령 해석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A위원은 "위탁의 범위를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일괄 위탁하는 게 맞느냐, 비식별화하고 줘야지 이렇게 통째로 주면 어떻게 하냐 등의 문제는 법에 분명히 나와있지 않아 위법이라고 주장하기 애매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정보제공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 등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B위원은 "누구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권리를 감안할 때 너무 극단적으로만 하면 '(금융회사가 법률자문 받는 것과 관련)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 것 아니냐?' 할 수 있다"며 "금융실명법 원칙은 지키되 실질적으로 법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이라든가 형태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위원에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결국 법상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의미"라며 "금융당국이 법을 지나치게 광의로 해석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이날 회의에 참석해 "위탁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정보제공 여부로 위탁을 판단하는 건 대법원 판례에서 확립된 기준"이라며 "민원대응 법률자문을 위해 법무법인에 고객정보를 제공한 것은 이 기준에 의하면 업무위탁"이라고 했다. 정보 범위와 관련해서도 건별 위탁이나 비식별 처리해야 한다 등의 기준은 법률상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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